작년 봄, 신규 독해 프로그램을 열기 전이었습니다. 저는 학부모 서른 분께 설문을 돌렸습니다. "이런 수업이 생기면 보내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스물여섯 분이 "네, 꼭이요"에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상담에서도 다들 좋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강사를 미리 채용하고 교재를 인쇄했습니다.
개강일에 등록한 학생은 네 명이었습니다.
뭐가 틀렸을까요.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문제는 학부모의 거짓말이 아니라, 제가 던진 질문에 있었습니다.
이 책과의 만남 — '엄마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묻지 마라'
그 네 명짜리 개강을 겪고, 저는 솔직히 사람이 미웠습니다. 다들 좋다더니 왜 안 보내느냐고요. 그러다 이 책 제목을 보고 뜨끔했습니다. The Mom Test, 우리말로 '엄마 시험'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당신이 엄마에게 "내 사업 아이디어 어때?"라고 물으면, 엄마는 무조건 좋다고 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그건 거짓말이지만 악의는 없습니다. 소개팅 자리에서 "저 어때요?"라고 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면전에서 별로라고 말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좋다는 대답을 '데이터'로 착각한 제가 틀린 겁니다. 저도 그 함정을 오래 못 빠져나왔습니다.
저자가 뒤집은 것 — '무엇을 묻나'가 아니라 '어떻게 묻나'
저자는 롭 피츠패트릭입니다. 창업가 출신으로, 자기 첫 회사를 "고객 대화를 잘못해서" 3년 헤맨 사람입니다. 실패를 직접 겪은 사람이라 말이 아픕니다.
보통의 '고객 설문' 책들은 무엇을 물을지를 가르칩니다. 질문지를 더 정교하게, 선택지를 더 촘촘하게요. 그런데 이 책은 다릅니다. 질문지를 고치는 게 아니라, 묻는 법 자체를 뒤집습니다. 핵심은 한 문장입니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상대의 삶을 물어라."
그래서 이 책은 설문 잘 만드는 법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악의 없이) 거짓말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거짓말이 끼어들 수 없는 질문만 골라 던지는 법에 관한 책입니다. 엄마조차 거짓말을 못 하게 만드는 질문, 그게 '맘 테스트'를 통과한 질문입니다.
원장이 건질 수 있는 것 (세 가지)
1. 의견·미래를 묻지 말고, 어제 한 일을 물으십시오
저자의 규칙은 단순합니다. 의견("이 수업 괜찮죠?")도, 미래("보내실 거예요?")도 묻지 마라. 둘 다 상대가 공짜로 좋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니까요. 대신 과거의 구체적 행동을 물어라.
상담실에서 풀면 이렇습니다. 보통 원장은 묻습니다. "어머니, 우리 논술 수업 보내실 생각 있으세요?" 학부모는 "좋죠"라고 답하고, 그 말은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 책의 논리대로면 이렇게 바꿉니다. "어머니, 지난 학기에 글쓰기 때문에 따로 뭘 시켜보신 적 있으세요? 어디에, 한 달에 얼마나 쓰셨어요?" 작년에 학원이든 학습지든 돈을 써본 학부모는 진짜 고객입니다. 한 번도 안 써본 학부모의 "좋죠"는 칭찬일 뿐이고요.
2. 칭찬이 들리면 흘려보내고, 약속을 받으십시오
"수업 정말 좋네요"라는 말이 제일 위험합니다. 기분은 좋지만 그건 데이터가 아니거든요. 저자는 칭찬을 '흘려보내라'고 합니다. 대신 상대가 내놓는 약속으로 검증하라고요. 약속에는 세 가지 통화가 있습니다. 시간, 평판, 돈입니다.
설명회 끝에 "좋았다"는 박수만 가지고 성공이라 여기지 마십시오. 그날의 진짜 신호는 따로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상담을 예약하거나(시간), 지인을 소개하겠다고 연락처를 적거나(평판), 등록 보증금을 거는(돈) 학부모입니다. 박수는 공짜고, 약속은 대가가 따릅니다. 어느 쪽이 진심인지는 명백하지요.
3. "학부모"는 고객이 아닙니다 — 더 잘게 쪼개십시오
저자는 "학생"이나 "광고주" 같은 말은 고객이 아니라고 합니다. 너무 넓어서 신호가 뒤섞이거든요. '학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 저학년 엄마와 고3 엄마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여기서 저자가 쓰는 한 가지 칼이 있습니다. 누가 이 문제를 가장 절박하게 느끼는지, 그리고 그들을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를 짝으로 묶어 잘게 써는 겁니다. 다만 그 자르는 방법의 디테일은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게 낫습니다. 제가 여기서 다 풀면, 정작 원장님 학원에 맞는 칼날을 못 벼리실 테니까요.
단, 이 책을 덮어야 할 원장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이 책은 인터뷰가 즐겁고 따뜻한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차갑습니다. "나쁜 소식을 사랑하라"고까지 말하거든요. 듣기 좋은 칭찬을 다 의심하라는 말이 어떤 분께는 사람을 못 믿는 태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이미 학생이 꽉 차고 대기까지 걸린 학원이라면, 이 책의 절실함이 잘 안 와닿을 수 있습니다. 검증 없이도 잘 굴러가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새로 뭔가를 시작하려는, 그래서 틀리면 돈과 시간이 진짜로 날아가는 원장에게 가장 날카롭게 박힙니다.
읽고 나면 달라지는 한 줄 — 앤디의 렌즈
저는 이렇게 읽습니다. 우리는 안 풀리면 늘 더 좋은 질문지를 만들려 합니다. 선택지를 다듬고, 항목을 늘리지요. 그런데 이 책은 정반대를 말합니다. 질문지를 고치기 전에, 내가 듣고 싶은 답을 상대 입에 심어주고 있지 않은지부터 의심하라고요.
이번 주에 딱 하나만 해보십시오. 다음 신규 상담에서 "이 수업 괜찮으시죠?"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마십시오. 대신 이 한 문장으로 바꿔 적어두는 겁니다. "지난 학기에 이 과목 때문에 어디에 돈을 써보셨어요?" 의견·미래·칭찬을 묻지 말고, 어제 한 행동과 숫자를 물으십시오. 그 한 줄이, 네 명짜리 개강을 막아줍니다.
| The Mom Test — How to Talk to Custom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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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롭 피츠패트릭 저 |
| foundercentric · 2013 |
"칭찬은 데이터가 아닙니다. 데이터는 어제 그가 실제로 한 일에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