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노트

한 명을 꼭 잡으려는 순간 진다

한 명을 꼭 잡아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 원장님은 이미 최고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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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을 꼭 잡으려는 순간 진다

3월, 신학기였습니다. 그달 정원이 비어 있었습니다. 상담 온 어머니 앞에서 저는 평소보다 말이 많아졌습니다. 좋은 점을 늘어놓고, 묻지도 않은 혜택을 먼저 꺼냈지요. 어머니는 그걸 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끌려간 건 저였습니다.

저는 그게 제 설명이 부족해서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날 제가 진 건 자료가 아니라 표정에서였습니다. '이 한 명을 꼭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얼굴에 다 새어 나왔으니까요.

이 책에서 제가 건진 건 딱 세 가지입니다. 원장님께 그것만, 대신 제대로 전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것 — 학원 언어로 번역하면

허브 코헨. 미국에서 정부와 기업의 협상 수천 건을 자문한 사람이고, 방송인 래리 킹의 협상 스승으로도 불립니다. 1980년에 나온 이 책은 협상 대중서의 원조 격입니다.

코헨의 정의는 단순합니다. 협상이란 "정보와 힘을 써서, 긴장의 그물망 안에서 상대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일"이라고요. 그리고 모든 협상의 결과는 세 가지가 좌우한다고 말합니다. 힘(Power), 시간(Time), 정보(Information). 학원 상담실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지금 누가 더 급한가(시간), 누가 상대의 패를 더 아는가(정보), 그리고 누가 더 힘이 있다고 '느껴지는가'(힘).

원장이 건질 수 있는 것 (세 가지)

1. 힘은 가진 게 아니라, 가졌다고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코헨이 던지는 한 문장이 오래 남습니다. "힘은 인식이다. 가졌다고 믿으면 가진 것이고, 없다고 믿으면 가졌어도 없는 것이다."

벨트도 신발끈도 빼앗긴 독방의 죄수 이야기가 나옵니다. 담배를 거절당하자 그는 간수에게 말합니다. "30초 안에 안 주면 벽에 머리를 박아 피투성이가 되고, 당신이 그랬다고 증언하겠소." 객관적인 힘은 0이었습니다. 그런데 간수가 '저 사람이 내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없던 힘이 생겼습니다. 간수는 담배를 내줬습니다.

원장님께 이게 왜 중요할까요. 대형 학원만 힘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은 학원도 전문성, 쌓인 후기, 한 아이를 끝까지 보는 끈기라는 힘의 원천을 쥐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걸 '인식시키느냐'입니다. 반대로, 정원이 비어 절박한 날에도 그 절박함만큼은 절대 인식시키면 안 됩니다. 책에는 "당신네 돈 필요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오히려 41개 은행에서 거액을 빌린 사람이 나옵니다. 필요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더 내줍니다.

2. 상담의 승부는 상담실이 아니라, 그 전에서 갈립니다

코헨은 협상을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길게 흐르는 '프로세스'로 보라고 합니다.

그가 일본에 14일 일정으로 협상하러 갔던 이야기가 압권입니다. 일본 측은 그의 귀국 비행기표, 곧 그의 데드라인부터 알아냈습니다. 그러고는 12일간 관광과 만찬만 시켰지요. 정작 협상은 공항 가는 마지막 날 차 안에서야 시작됐습니다. 빈손으로 갈 수 없던 코헨은 그 자리에서 양보하고 말았습니다. 상대는 그의 마감을 알았고, 그는 상대의 마감을 몰랐습니다.

상담도 똑같습니다. 등록의 승부는 상담 당일이 아니라, 문의 전화·설명회·후기를 보던 그 전 단계에서 이미 기울어 있습니다. 그때 학부모의 정보를 모으고 신뢰를 깔아둔 쪽이 이깁니다. 한 가지 더. 코헨은 "No는 입장이 아니라 반응"이라고 말합니다. 첫 상담의 "생각해볼게요"는 거절이 아니라 '아직 낯설다'는 반응일 때가 많습니다. 잘게 나눈 정보를 시차를 두고 다시 건네면, 그 No는 Yes로 바뀌기도 합니다.

3. "신경 쓰되, 그렇게까지는 말라"

이 책에서 가장 반직관적인 말입니다. 코헨은 "당신이 무언가를 꼭 가져야 한다고 느낄 때, 당신은 늘 최고가를 치른다"고 단언합니다.

'꿈의 집'을 15만 달러에 내놓은 매물을 13만에 사고 싶던 사람이 나옵니다. 그는 "못 사면 아내가 못 견딘다"며 너무 간절했지요. 결과는? 호가 그대로 15만 달러를 다 냈습니다. 반대로, 미국 기업의 화려한 2시간 반짜리 프레젠테이션을 다 듣고 일본 측이 한 말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해주시겠어요?"였습니다. 무력함을 가장하자 상대의 호가가 무너졌습니다. 약점이 힘이 된 겁니다.

제 3월의 패배가 정확히 이거였습니다. 한 명에게 매달리는 순간, 저는 이미 최고가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한계 — 과신하면 안 되는 이유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이 책은 1980년 냉전기에 쓰였고, 'Win-Lose' 전술을 '소련식'이라 부르는 등 시대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개념은 살아 있지만 표현은 걸러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코헨은 일화의 달인이지만, 그래서 '체계적 절차'는 약합니다. 무엇을 어떤 순서로 준비할지는 다른 책(하버드식 원칙협상이나 와튼 셸의 6단계)이 더 낫습니다. 무엇보다, 코헨도 인정하듯 신뢰가 깊이 쌓인 단골 학부모에게까지 '게임'하듯 굴면 관계를 잃습니다. 이 책은 낯선 첫 상담에서 강하고, 오래된 관계에서는 약합니다.

읽고 나면 달라지는 한 줄 — 앤디의 렌즈

사실 제가 옮긴 건 책의 일부입니다. 시어스 냉장고 앞 부부 이야기, 보험금 협상에서 첫 제안을 "말도 안 된다"며 거절하자 금액이 네 배로 뛴 이야기 같은 장면이 수십 개 더 있습니다. 그 맛은 책에서 직접 보시는 게 낫습니다.

저는 이렇게 읽습니다. 우리는 등록이 급하면 늘 무언가를 '더합니다'. 혜택을 더하고, 말을 더하고, 표정에 절박함을 더하지요. 그런데 이 책은 정반대를 말합니다. 더하기 전에, 그 절박함부터 내려놓으라고.

협상력은 정원이 차 있느냐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이 한 명을 놓쳐도 우리 학원은 괜찮다"는 여유에서 나옵니다. 한 명을 꼭 잡아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 원장님은 이미 최고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딱 하나만 해보십시오. 다음 상담 전, 종이에 이렇게 적어두는 겁니다. "이 학생을 놓쳐도, 우리 학원은 괜찮다." 그 한 줄이 원장님의 표정을 바꾸고, 표정이 상담의 결과를 바꿉니다.


You Can Negotiate Anything
허브 코헨(Herb Cohen) 저
Citadel Press · 1980 (국내 번역본 별도)

"한 명을 꼭 잡아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 원장님은 이미 최고가를 치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