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강료를 깎아주고도 생각해볼게요를 듣는 이유

상담은 흥정이 아니라 협상입니다. 깎기 전에, 변수를 하나 더 올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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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있습니다. "좀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서 큰맘 먹고 한 달치를 깎아드립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음… 생각해볼게요"입니다. 깎아주고도 욕먹는 기분, 원장님도 아실 겁니다.

다들 이걸 "우리 수강료가 비싸서"라고 진단합니다. 아닙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그 상담을 '흥정'으로 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흥정과 협상은 다릅니다

저도 한참을 몰랐습니다. 깎아달라면 깎고, 안 되면 버티고. 가격이라는 단 하나의 줄을 두고 서로 잡아당기기만 했지요. 그렇게 하면 제가 1을 내주면 상대가 1을 가져갑니다. 누가 이겨도 둘 중 하나는 진 기분으로 끝납니다. 깎아드린 날조차 마음이 개운치 않았던 건 그래서였습니다.

협상학의 고전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이, 와튼스쿨의 리처드 셸이 똑같이 짚는 대목이지요. 흥정은 가격 하나로 다투는 제로섬이고, 협상은 테이블에 올리는 변수를 늘려 서로의 만족을 동시에 키우는 일이라는 겁니다. 같은 상담인데, 무엇을 다루느냐가 다릅니다. 흥정은 '가격'만 다루고, 협상은 '가치'를 다룹니다.

짬짜면을 잘하는 집은, 그릇을 새로 짭니다

제가 즐겨 드는 비유가 있습니다. 짬짜면입니다. 못하는 집은 짬뽕 반 그릇, 짜장 반 그릇을 그냥 나눠 담습니다. 양쪽 다 어중간하지요. 잘하는 집은 다릅니다. 둘 다 제대로 즐기도록 그릇을 새로 짭니다. 반반이 아니라, '하나 더'가 되게요.

상담이 딱 짬짜면입니다. "얼마예요?"에 곧장 숫자로 답하며 가격을 깎는 건, 한 그릇을 억지로 반 가르는 흥정입니다. 학부모가 진짜 원하는 건 '싼 가격'이 아니라 '내 아이가 관리받고 있다는 안심'일 때가 많습니다. 그 안심을 보강·피드백·형제 혜택이라는 다른 그릇으로 얹어주면, 가격은 지키면서 만족은 키우는 '1+1'이 됩니다. 그래야 깎아주고도 듣던 "생각해볼게요"가 사라집니다.

한 장면 — 깎지 않고도 등록으로 가는 길

장면을 하나 그려 보겠습니다. "옆 학원은 18만 원이던데, 좀 안 될까요?" 예전의 저라면 곧장 "그럼 16만 원에 해드릴게요" 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또 "남편이랑 상의해 볼게요" 하고 일어섭니다. 가격이라는 한 줄만 당겼으니, 줄 게 가격밖에 없던 거지요.

지금은 한 박자 멈추고 이렇게 되묻습니다. "어머니, 민재가 지금 어떤 점이 가장 걱정되세요?" 그러면 진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실 숙제를 너무 안 해서요." 그제야 줄 카드가 보입니다. "그럼 저희가 주 2회 숙제 점검하고, 안 한 날은 어머니께 바로 문자 드릴게요. 가격은 그대로 두고요." 가격을 깎는 대신, 테이블에 '숙제 관리'라는 변수를 하나 더 올린 겁니다. 어머니가 원한 건 2만 원이 아니라 안심이었으니까요.

사실, 승부는 상담실 밖에서 갈립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협상학이 공통으로 말하는 또 하나는, 상담의 승부가 상담실이 아니라 그 '전'에서 갈린다는 겁니다. 우리 학원을 찾는 대기 수요가 있고, 그래서 이 한 명을 놓쳐도 괜찮다는 여유가 있을 때, 원장님은 깎기 압박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정원이 비어 절박할수록, 학부모는 그 절박함을 귀신같이 읽고 더 깎으려 듭니다. 한 명에게 매달릴수록 지는 겁니다.

그러니 "오늘만 이 가격", "다른 대기자가 있어요" 같은 압박 멘트는 권하지 않습니다. 사실이 아니면 좁은 동네에선 금세 들통나 평판을 깎아 먹고, 사실이라도 겁먹은 학부모를 더 얼어붙게 만들 뿐입니다. 힘은 압박에서 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격이 아니라 이걸로 승부한다'는 조용한 확신에서 옵니다.

그러니 이번 주, 딱 하나만

가격으로만 싸우는 건, 우리 학원이 '왜 존재하는지'를 가격표 뒤에 숨기는 일입니다. Why 없는 노하우는 늘 가격 경쟁으로 끝납니다. 변수를 늘린다는 건 단순한 협상 기술이 아니라, "우리는 가격이 아니라 이걸로 승부한다"는 우리 학원의 이유를 테이블에 올리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번 주 상담에서 딱 하나만 바꿔보십시오. "얼마예요?"라는 질문에 숫자를 던지기 전에, 한 박자 멈추고 이렇게 되물어 보세요. "어머니, 민재가 지금 어떤 점이 가장 걱정되세요?" 가격을 깎는 대신, 보강·피드백·형제 혜택처럼 테이블에 올릴 변수를 하나 더 꺼내는 겁니다. 그 한 그릇이, 같은 상담의 결과를 바꿉니다.

"상담은 흥정이 아니라 협상입니다. 깎기 전에, 변수를 하나 더 올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