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가 멋있으면 학생이 옵니다. 다들 그렇게 믿습니다.
그래서 원장님들은 디자인 업체를 바꾸고, 문구를 다듬고, 색을 고민합니다. 한 번 뿌리고 효과가 없으면 "전단은 죽었다"고 결론 냅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더 좋은 한 방을 만들면 사람이 움직인다고요.
이 자료를 집어 든 건 그 믿음이 한 번 깨진 뒤였습니다. 몇 해 전, 같은 상가에서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두 학원을 가까이서 봤습니다. 한 곳은 전단 한 장에 공을 들였습니다. 종이도 두껍고 사진도 좋았습니다. 다른 곳은 디자인은 평범한데, 같은 현수막을 학기 내내 같은 자리에 계속 걸어 뒀습니다. 한 학기 뒤, 동네 학부모들이 이름을 외우고 있던 건 두 번째 학원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이상했습니다. 분명 첫 번째가 더 잘 만들었는데요.
답을 찾으려고 펼친 이 자료는 책이라기보다 2014년경 학원 컨설팅 현장에서 돌던 슬라이드 묶음입니다. 저자 이름도 적혀 있지 않고, 폰트가 깨져 글자가 일부 어긋난 채로 남아 있는 거친 자료입니다. 제가 기대한 건 "잘 먹히는 전단 문구" 같은 기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장부터 제 기대를 정면으로 비껴갔습니다.
자료는 광고와 홍보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이해시키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설득을 위한 노출이다." 저는 이 한 줄에서 멈췄습니다. 제가 전단에 매달린 이유는 "우리 학원을 잘 알려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좋은 커리큘럼, 좋은 강사, 잘 정리된 시스템을 종이 한 장에 다 담아 이해시키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료는 광고의 목적이 이해가 아니라고 못 박습니다. 광고는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노출이지, 사람을 똑똑하게 만드는 설명이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서 이 자료의 진짜 한 수가 나옵니다. 마케팅을 안과 밖, 두 갈래로 쪼개는 대목입니다. 안쪽 마케팅(In-Marketing)은 파레토 법칙을 따릅니다. 우리 학원을 가장 사랑하는 소수의 VIP 학부모에게 집중해 그들을 특별하게 대접하는 일입니다. 바깥쪽 마케팅(Out-Marketing)은 정반대 원리로 움직입니다. "질이 아니라 양으로 승부하라." 그리고 한 문장을 덧붙입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일까 고민하지 말고, '3의 법칙·7의 법칙'을 철저히 이행하라."
이 문장에서 저는 제가 본 두 학원의 차이가 한꺼번에 설명되는 걸 느꼈습니다.
3의 법칙·7의 법칙은 사람이 같은 메시지를 여러 번 반복해 마주쳐야 비로소 인식하고 움직인다는 노출 빈도 원리입니다. 한 번의 완벽한 전단은 한 번 본 것으로 끝나지만, 평범한 현수막이라도 학기 내내 같은 자리에 걸려 있으면 학부모는 등굣길에 그것을 일곱 번, 열 번을 봅니다. 첫 번째 학원은 "효과적인 한 방"을 찾았고, 두 번째 학원은 그냥 계속 거기 있었습니다. 이긴 쪽은 멋이 아니라 빈도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오래 붙들어 온 한 가지 믿음이 이 거친 슬라이드와 정확히 맞물렸습니다. 영향력은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계속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간다는 것. 저는 백발의 노인이 서핑 보드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나도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챔피언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계속 하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학원 광고도 같습니다. 학부모 머릿속에 남는 건 가장 잘 만든 전단이 아니라, 계속 거기 있던 이름입니다. 한 번의 완벽함을 노리다 두 번째를 포기한 원장과, 평범하지만 멈추지 않은 원장의 차이. 이 자료는 그걸 마케팅 용어로 번역해 줬을 뿐, 제가 현장에서 본 것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장님께 한 가지를 다시 짚고 싶습니다. 광고비를 쓰는데 안 알려진다면, 광고가 못나서가 아니라 한 번 쓰고 말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디자인 업체를 또 바꾸기 전에, 지금 가진 그 평범한 현수막을 한 학기 동안 같은 자리에 그냥 두는 것. 더 좋은 한 방을 만드느라 멈춰 있는 것보다, 평범한 걸 계속 거는 쪽이 이깁니다. 이건 자책할 일이 아니라 설계를 바꿀 일입니다. 잘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횟수를 설계하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이 자료에는 제가 여기 다 풀지 않은 칼이 더 있습니다. 입소문을 내는 '돼지엄마'를 전원에게 똑같이 부탁하면 오히려 신뢰가 떨어지니 선별해서 보상을 걸라는 대목, 미용실·병원·은행처럼 학부모가 늘 머무는 곳과 제휴하라는 "고객은 항상 그곳에 있다"는 관점. 이런 것들은 각자의 동네 지도를 펴 놓고 읽을 때 비로소 살아납니다.
물론 이 자료는 매끈한 책이 아닙니다. 저자도 모르고, 2014년의 채널 이야기라 지금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는 한 줄도 없습니다. 그대로 베끼면 시대에 안 맞습니다. 그런데 채널은 바뀌어도 원리는 그대로입니다. 한 번의 멋진 게시물보다 일곱 번 반복된 평범한 노출이 이긴다는 것. 채널 이름만 현수막에서 릴스로 바꾸면, 이 거친 슬라이드는 지금도 작동합니다.
저는 이 자료를 덮고 나서, 새 전단을 디자인하려던 손을 멈췄습니다. 대신 이미 만들어 둔 것들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같은 자리에서 보여줬는지를 세어 봤습니다.
그 횟수가 부끄러울 만큼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안 뒤로, 저는 더 좋은 한 방을 찾는 사람에서 더 오래 거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