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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독서노트2026.06.1610분 읽기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건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그 학부모가 좋은 결정에 닿게 돕는 거였습니다.

좋은 상담은 잘 설득하는 상담이라고 믿으십니까.

저는 오래 그렇게 믿었습니다. 학부모가 망설이면 자료를 한 장 더 꺼냈습니다. 우리 합격 실적, 우리 커리큘럼의 차별점, 옆 학원과 다른 점. 말을 더 얹으면 마음이 기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득은 미는 일이고, 더 세게 밀수록 더 멀리 간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제가 설명을 많이 한 날일수록 학부모의 표정이 닫혔습니다. 말을 줄이고 그냥 질문만 던진 날, 오히려 "한번 보내볼게요"가 나왔습니다. 그게 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조나 버거는 와튼스쿨 마케팅 교수입니다. 앞서 입소문 연구서 『컨테이저스』로 이름을 알린 사람입니다. 그가 이번에는 정반대 방향에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그런데 그가 내놓은 답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마음은 밀어서 바뀌지 않는다. 밀면 밀어낸다. 사람은 책상 위 구슬이 아니라서, 힘을 가하면 그 힘에 저항하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버거는 화학에서 단어 하나를 빌려옵니다. 촉매(catalyst). 화학 반응을 일으키려면 보통 열이나 압력을 더 가합니다. 그런데 촉매는 정반대입니다. 더 적은 에너지로 반응을 일으킵니다. 막고 있던 장벽을 낮춰서, 이미 일어나려던 변화가 일어나게 합니다. 버거의 핵심 질문은 그래서 "어떻게 설득할까"가 아닙니다. "이 사람은 왜 아직 안 바뀌었나. 무엇이 막고 있나." 인질 협상가가 범인을 설득하지 않고, 그가 총을 내려놓지 못하게 막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묻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기서 이 책이 다른 설득 책과 갈라집니다. 치알디니의 『초전 설득』이 "어떻게 하면 상대가 예스라고 말하게 만드는가"를 다룬다면, 버거는 "왜 상대가 아직 노라고 하는가"를 다룹니다. 전자가 미는 힘을 정교하게 다듬는 책이라면, 이 책은 미는 힘 자체를 의심하는 책입니다. 버거가 이 관점에 닿은 계기가 인상적입니다. 그는 가장 마음 바꾸기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극단주의 집단을 빠져나온 사람, 인질 협상가, 좀처럼 입장을 안 바꾸는 유권자. 가장 단단한 바위를 들여다보니, 그 바위를 움직인 것은 누구도 더 세게 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버거는 변화를 막는 장벽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머리글자를 따 REDUCE라고 부릅니다. 반발, 현상유지, 거리, 불확실성, 보강 증거. 다섯 개를 다 풀어놓으면 이 글이 책을 대신해버리니, 원장에게 가장 깊이 닿는 하나만 펼치겠습니다. 두 번째 장벽, 현상유지입니다.

버거는 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에게 머그컵을 나눠주고 팔라고 하자, 그들이 부른 값은 같은 컵을 사려는 사람이 내려는 값의 약 두 배였습니다. 이미 내 손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치가 두 배로 부풀었습니다. 사람은 손실을 이득보다 약 2.6배 크게 느낍니다. 그래서 변화로 얻을 이득이 잃을 것의 두 배는 되어야 비로소 움직입니다. 가만히 있는 쪽이 늘 이기도록 저울이 기울어 있는 셈입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15년간 본 한 장면이 겹쳤습니다. 등록을 망설이는 학부모에게 우리는 늘 "오면 이런 게 좋아진다"를 말합니다. 얻을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런데 버거의 저울대로라면, 그 학부모가 진짜 무게를 두는 건 따로 있습니다. 지금 안 바꾸고 가만히 있으면 무엇을 잃고 있는가. 한 학기를 더 흘려보내는 비용, 지금 이 방식으로 계속 갔을 때 6개월 뒤의 모습. 그 손실을 눈앞에 보이게 만들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좋은 점을 쌓아도 저울은 안 움직입니다. 저는 그동안 저울의 한쪽 접시에만 자료를 쌓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 원장이 정말 마음 아파하는 지점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상담을 망친 날, 우리는 자책합니다. 내가 설명을 못 했나, 더 밀어붙였어야 했나. 이 책의 답은 정반대입니다. 밀어서 안 된 게 아니라, 밀었기 때문에 안 된 겁니다. 그건 당신이 설득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이 원래 그렇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자책할 자리가 줄어듭니다. 잘못은 당신의 화술이 아니라, 당신이 들고 있던 도구에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제가 펼치지 않은 장벽이 아직 넷 더 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멀면 오히려 반대로 밀려난다는 거리의 함정, 시험해보기 쉬우면 사기 쉽다는 불확실성의 처방, 단단한 마음 하나를 바꾸려면 여러 출처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보강 증거의 원리. 각각이 학원의 어느 장면에 닿는지는, 등록과 재등록과 강사 설득을 매일 겪는 원장이라면 읽으며 저절로 보일 겁니다.

이 책이 완벽하진 않습니다. 사례 대부분이 미국 정치와 글로벌 기업의 큰 무대에서 나옵니다. 작은 학원의 상담실로 옮기는 번역은 독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다섯 장벽을 다 진단하려다 보면 한 번의 상담이 분석 보고서처럼 무거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번에 하나씩만 봅니다. 이번 상담에서는 현상유지 하나만, 다음엔 거리 하나만.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는 설득을 그만두는 게 두려웠습니다. 더 설명하지 않으면 일을 덜 하는 것 같았고, 그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 알았습니다. 제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건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그 학부모가 좋은 결정에 닿게 돕는 거였습니다. 미는 방식을 내려놓는 건 그 목적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목적을 지키려고 도구를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요즘 저는 상담에서 자료를 한 장 덜 꺼냅니다. 대신 묻습니다. 지금 이대로 6개월이 더 가면, 어머님이 가장 걱정되시는 건 뭔가요. 말을 줄였더니 마음이 열리는 그 이상한 일이, 이제는 운이 아니라 이유가 됐습니다.


The Catalyst / The Catalyst: How to Change Anyone's Mind / 조나 버거 저 / Simon & Schuster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