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 어머니 두 분이 앉아 계신다고 해봅시다. 한 시간 간격으로 오셨고, 두 분 다 똑같은 말을 합니다. "선생님, 수강료가 좀 부담되네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같은 문장입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원장님이 똑같은 실수를 합니다. 두 분께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죠. "그럼 이번 달은 조금 빼드릴게요." 깎아드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분은 그 자리에서 등록하고 고마워하는데, 다른 한 분은 "생각해볼게요" 하고 나가서는 끝내 연락이 없습니다. 같은 말에 같은 처방을 했는데 결과가 갈립니다.
저는 이 장면을 15년 동안 수도 없이 봤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두 어머니는 같은 문장을 말했지만,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같은 문장, 다른 사람
같은 결과처럼 보여도 왜 그랬는지를 파고들면 모두가 다릅니다. 저는 예전에 자기소개서를 수십 명과 함께 다듬은 적이 있습니다. 인턴도 했고 학점도 좋고 수상 경력도 있는데, 왜 합격했는지 본인도 설명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그 인턴에 지원했어요?"를 한 겹만 파고들면, 이력서에는 똑같이 '인턴'이라고 적힌 그 한 줄 아래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걸어 나왔습니다.
상담실의 "수강료가 부담돼요"도 똑같습니다. 그건 이력서의 '인턴' 한 줄과 같습니다. 표면의 글자는 같지만, 그 아래 진짜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한 어머니는 정말 돈이 빠듯한 겁니다. 다른 어머니는 돈은 있는데 "이 학원이 그만한 값을 하나" 확신이 없는 겁니다. 또 어떤 분은 옆집 아이가 다니는 학원과 비교하느라 마음이 불안한 거고요.
이걸 협상학에서는 요구(要求)와 욕구(欲求)의 차이라고 부릅니다.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이나 하버드 협상 강의가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이겁니다. 사람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요구'(깎아달라)는 빙산의 일각이고, 물 밑에는 그 요구를 만들어낸 진짜 '욕구'가 따로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빙산의 끄트머리만 보고 칼을 댑니다. 가격이라는 한 점만 보고 거기서 숫자를 빼버립니다.
깎아주는 순간, 흥정이 시작된다
여기서 제가 드리고 싶은 진짜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격을 깎는 순간, 그 상담은 흥정이 됩니다. 협상이 아니라요.
흥정과 협상은 다릅니다. 흥정은 가격 하나를 놓고 밀고 당기는 싸움입니다. 시장에서 콩나물 값 깎듯이, 내가 100원 깎으면 상대가 100원 버는 제로섬이죠. 깎아주면 내가 손해고, 안 깎아주면 상대가 등을 돌립니다. 어느 쪽이든 한 명은 진 기분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깎아주고도 욕을 먹는 겁니다. 깎아준 원장님은 마진을 잃었고, 깎아낸 학부모는 "처음부터 비싸게 불렀네"라고 생각하니까요. 둘 다 찜찜한 채로 헤어집니다.
협상은 다릅니다. 협상은 가격 말고 변수를 늘리는 일입니다. 등록이라는 결과물과 학부모의 신뢰라는 관계를 동시에 남기는 가치 창출이죠. 같은 상담실인데, 한쪽은 한 점을 놓고 싸우고 다른 한쪽은 판을 넓혀 둘 다 만족시킵니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자주 흥정 쪽에 서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무의식적으로요. "부담된다"는 말이 나오면 반사적으로 손이 계산기로 갑니다. 이게 잘못된 응대일 거라는 생각조차 못 합니다.
당신이 자꾸 깎아주는 건 마음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원장님이 자꾸 깎아주는 건 마음이 물러서도, 장사 수완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흥정의 판 위에 서 있으면 깎는 것 말고는 쓸 카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가격이라는 한 점만 테이블에 올라와 있으면, 그 점을 깎는 것 외에 무슨 수가 있겠습니까. 칼이 한 자루뿐인데 그걸 안 쓸 도리가 없는 겁니다. 그러니 자책하실 일이 아닙니다. 잘못된 건 원장님의 의지가 아니라, 원장님이 서 있는 판의 모양입니다.
판을 바꾸면 카드가 늘어납니다. 가격을 깎는 대신 보강 수업을 한 번 얹어드릴 수도 있고, 형제 할인을 꺼낼 수도 있고, 결제를 두 번에 나눠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걸 협상학에서는 창조적 대안, 조건의 교환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양보라도 가격을 직접 깎으면 내 살을 베는 것이지만, 가치를 교환하면 학부모의 만족은 커지면서 내 마진은 지켜집니다. 깎지 않고도 더 만족시키는 길이 있는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럼 보강이든 할인이든 매번 얹어주면 손해 아니냐"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교환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묻고, 그 다음에 줍니다. 진짜 돈이 빠듯한 어머니께는 결제 분할이 약이지만, 확신이 없는 어머니께 결제 분할을 들이밀면 "역시 떨이로 파는구나" 싶어 오히려 등을 돌립니다. 그래서 카드를 꺼내기 전에 어느 어머니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어머니인지 어떻게 아는가
분류표를 머릿속에 넣는 건 쉽습니다. 어려운 건 눈앞의 이 어머니가 셋 중 어느 쪽인지 알아내는 일이죠. 그건 깎아주기 전에 딱 한 마디를 더 묻느냐로 갈립니다.
상담학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수강료 얼마예요?"에 바로 숫자로 답하는 겁니다. 협상의 모든 고전이 똑같이 경고합니다. 먼저 말하는 사람이 진다고요. 숫자를 먼저 던지면 그 순간 상담은 그 숫자를 깎는 흥정으로 굳어버립니다. 그러니 숫자를 던지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서서 물어야 합니다.
내일 당장 써보실 수 있는 멘트를 드리겠습니다. "부담되신다"는 말이 나오면, 계산기로 손이 가기 전에 이렇게 받으세요. "어머니, 혹시 비용이 가장 마음에 걸리세요, 아니면 이 학원이 우리 아이한테 맞을지가 더 궁금하세요?" 이 한 문장이 빙산 아래를 비춥니다. "솔직히 둘 다요"라고 하면 돈이 진짜 문제인 분이고, "아니 그건 아닌데 다른 데랑 비교가 돼서…"라고 하면 확신이 없는 분입니다. 이 대답 하나로 꺼낼 카드가 갈립니다.
돈이 진짜 문제인 분께는 결제를 나눠 부담의 모양을 바꿔드리고, 확신이 없는 분께는 한 달 합격 사례나 비슷한 또래의 변화 이야기를 먼저 보여드립니다. 가격을 만지기 전에 욕구를 만지는 겁니다. 그 한 마디를 묻느냐 안 묻느냐가, 깎아주고도 욕먹는 상담과 깎지 않고도 고마워하는 상담을 가릅니다.
같은 말 뒤에 숨은 사람을 보는 일
다시 처음의 두 어머니로 돌아갑니다. 두 분은 같은 문장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 분은 지갑이 얇았던 거고, 한 분은 마음에 확신이 없었던 겁니다. 같은 문장에 같은 처방을 내린 게 두 결과가 갈린 이유였습니다.
상담을 잘한다는 건 화법이 매끄러운 게 아닙니다. 같은 말 뒤에 서 있는 서로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일입니다. 이력서의 '인턴' 한 줄 아래에 다른 사람이 있었듯, "부담돼요" 한마디 아래에도 매번 다른 어머니가 서 계십니다.
그러니 다음 상담에서 손이 계산기로 가려거든, 딱 반 박자만 멈추세요. 그리고 한 마디만 더 물으세요. 깎는 것은 흥정의 마지막 카드입니다. 협상의 첫 카드는 언제나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