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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26.06.1612분 읽기

마케팅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보다, 학부모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사람이 결국 더 오래 갑니다.

두 분의 원장님이 같은 해 2월에 똑같이 전단을 돌렸습니다. 디자인도 비슷하고, 돌린 부수도 비슷했어요. 한 분은 3월에 "역시 전단은 안 돼"라며 현수막으로 갈아탔습니다. 다른 한 분은 전단을 돌리되, 전단을 받아 전화는 했지만 등록은 안 하고 돌아간 학부모 열일곱 분의 번호를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1년 뒤, 두 분의 통장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분 다 자기가 "마케팅을 했다"고 믿고 있었어요. 한 분은 매년 채널을 갈아타며 도박을 하고 있었고, 한 분은 밭을 갈고 있었는데 말이죠.

우리가 한 건 마케팅이 아니라 도박이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도 오래 전단 한 방을 돌리던 사람입니다. 신학기에 전단 돌리고, 현수막 한 번 걸고,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른 채 "광고는 원래 안 돼"라고 말하던 쪽이었어요. 효과를 모르니 매년 채널을 갈아탔습니다. 작년엔 전단, 올해는 블로그, 내년엔 또 뭔가. 그게 부지런한 줄 알았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건 부지런한 게 아니라 도박이었습니다. 슬롯머신 앞에서 이 기계가 안 터지니 저 기계로 자리를 옮기는 것과 똑같았어요. 어느 기계도 제 것이 되지 못했죠.

원장님, 혹시 2월마다 "광고는 원래 안 돼"라는 한숨을 쉬고 계신다면, 그건 원장님의 광고가 못나서가 아닙니다. 마케팅을 한 장의 시스템이 아니라 한 방의 이벤트로 다루고 있어서입니다. 이건 원장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가 보고 배운 마케팅이 전부 대기업의 "이름 알리기"였기 때문입니다. 코카콜라가 TV에 광고를 트는 그 방식을, 길 하나 건너 학원이 따라 하면 돈만 버립니다. 대기업은 광고로 이름을 알리고, 작은 학원은 광고로 명단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 차이를 배운 적이 없었어요.

광고의 일은 '등록받기'가 아니라 '명단 만들기'입니다

여기서 제 생각의 방향이 한 번 꺾입니다. 앨런 딥이라는 사람이 쓴 『1페이지 마케팅 플랜』이라는 책이 있어요. 마케팅을 사전·진행·후속 3막, 아홉 칸짜리 한 장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그 책에서 제가 무릎을 친 한 줄이 있습니다.

광고로 직접 팔지 말고, 관심고객을 낚아 명단에 넣어라.

전단을 본 사람 중에 "그래, 지금 바로 등록할게"라고 결심하는 사람은 100명 중 3명입니다. 나머지 97명을 향해 "등록하세요"라고 외치니까 안 되는 거였어요. 그 97명은 등록할 마음은 아직 없지만, 우리 아이 수학이 불안한 건 맞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광고가 해야 할 일은 "등록하세요"가 아니라 "우리 아이 수학 약점, 무료로 진단해 드릴게요"여야 합니다.

전단의 카피 한 줄만 바꿔 보세요. "등록하세요"를 "우리 아이 수학 약점 무료 진단 신청"으로요. 앞의 문장은 3명을 부르고, 뒤의 문장은 40명을 부릅니다. 그 40명의 번호가 바로 명단입니다.

왜 이게 학원에 그대로 들어맞을까요. 이 책은 사실 학원 책이 아니라 모든 작은 사업을 위한 책입니다. 그런데 학원만큼 이 원리가 잘 맞는 업종이 드뭅니다. 학부모는 충동구매를 안 하거든요. 우리 아이 1년을 맡기는 결정을 전단 한 장 보고 그 자리에서 내리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래서 학원은 더더욱 "그 자리에서 팔기"가 아니라 "명단을 만들어 시간을 두고 신뢰를 쌓기"여야 합니다.

사냥꾼이 아니라 농부의 일입니다

명단을 만들었으면 이제 길러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비유가 나옵니다. 사냥꾼과 농부예요.

사냥꾼은 한 발 쏘고, 못 맞히면 끝입니다. 오늘 안 잡히면 그 사냥감은 사라집니다. 농부는 다릅니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기다립니다. 오늘 열매가 안 열려도 그 밭은 내년의 수확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마케팅을 사냥처럼 했어요. 전단 한 발 쏘고, 등록 안 하면 그 학부모는 없는 사람 취급.

생각의 방향을 한 번 더 꺾어 봅니다. 오늘 등록 안 하고 돌아간 학부모가 사실은 진짜 밭입니다. 그분은 우리 학원 문을 열고 들어왔던 사람이에요. 관심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 관심을 사냥꾼처럼 "안 잡혔네" 하고 버리는 게 그동안의 우리였습니다.

조 지라드라는 자동차 판매왕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한 달에 안부 카드를 1만 3천 장씩 보냈어요. 차를 산 사람에게도, 안 산 사람에게도, 그냥 구경만 하고 간 사람에게도요. 사람들은 "왜 안 산 사람한테까지 카드를 보내냐"고 물었습니다. 지라드의 대답은 간단했어요. 안 산 사람이 미래의 고객이니까.

학원으로 옮겨 봅시다. 지금 원장님 책상 어딘가에, 상담만 하고 등록은 안 한 학부모의 번호, 작년에 퇴원한 학생의 학부모 번호가 흩어져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걸 "끝난 인연"으로 봅니다. 지라드라면 그걸 "아직 수확 안 한 밭"으로 봤을 거예요.

멈추지 않는 사람이 결국 브랜드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어려운 부분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농사는 한 방이 없습니다. 매달 뉴스레터를 보내고, 가끔 손편지를 쓰고, 명절에 안부를 묻는 일은 화려하지도 않고 티도 안 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원장님이 두 달쯤 하다 멈춥니다.

앞에서 말한 두 원장님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사실 두 분의 차이는 전단이 아니라 그다음이었습니다. 명단을 적어 둔 원장님은 한 달에 한 번, 그 열일곱 분에게 짧은 글을 보냈어요. 광고가 아니라 "이번 중간고사 수학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틀린 세 문제" 같은, 학부모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6개월 뒤, 열일곱 분 중 여섯 분이 등록했습니다. 한 발에 안 잡혔던 사냥감이, 밭에서 자라 수확이 된 거예요.

여기서 제가 오래 믿어 온 한 가지가 있습니다. 마케팅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보다, 학부모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사람이 결국 더 오래 갑니다. 마케팅이 목적이면 반응이 없을 때 멈추거든요. 진짜 이유가 있으면 반응이 없어도 계속합니다. 그리고 마케팅이라는 농사는, 멈추지 않는 사람만 수확합니다. 멈추지 않는 그 사람이 동네에서 결국 "그 학원"이 됩니다. 시스템이 브랜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멈추지 않음이 브랜드를 만듭니다.

내일 아침에 할 수 있는 한 가지

원리는 알겠는데 당장 뭘 하라는 거냐고 물으실 것 같습니다. 거창한 CRM 시스템을 사라는 게 아닙니다. 내일 아침, 딱 한 가지만 해 보세요.

엑셀이든 수첩이든, 칸 세 개짜리 명단을 만드세요. 이름, 연락처, 그리고 "상담만 하고 간 분 / 퇴원생 학부모 / 형제가 있는 재원생" 같은 한 줄 메모. 지금 책상에 흩어진 번호들을 거기에 모으는 겁니다. 그게 원장님의 첫 번째 밭입니다.

그리고 소개를 부탁할 때도 농부처럼 구체적으로 부탁하세요. "주변에 소개 좀 해주세요"는 아무도 안 움직입니다. 너무 막연해서 머릿속에 아무 얼굴도 안 떠오르거든요. 대신 이렇게요. "혹시 중2 수학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분, 딱 한 분만 떠올려 주시겠어요?" 막연한 부탁은 침묵을 부르고, 구체적인 부탁은 얼굴 하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전단을 한 번 더 돌리실지 말지는 원장님 사정이 있을 겁니다. 다만 이번엔, 전단을 돌리기 전에 한 가지만 정하고 가세요. 이 광고의 일은 등록받기인가, 명단 만들기인가. 그 한 줄만 바뀌어도 2월의 한숨은 6개월 뒤의 수확으로 바뀝니다.

마케팅은 전단 한 방이 아니라 농사입니다. 그리고 농부는, 오늘 등록 안 한 학부모를 버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