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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비즈니스·상품전략2026.06.2515분 읽기


지난주 상담에서 한 원장님이 종이를 한 장 내미셨습니다. 강사 이력서였습니다. "이 사람을 내보내야 하나 고민입니다." 이유를 여쭤보니, 일을 시켜도 어디까지 됐는지를 도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블로그 올려달라고 했는데 사흘이 지나도 감감무소식. 물어보면 "아, 깜빡했어요." 다시 시키면 또 다른 데서 어긋난다. 그래서 결론을 내리셨답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뽑은 것 같아요."

저는 그 종이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쭤봤습니다. "원장님, 그 지시를 어디로 보내셨어요?" 카톡이라고 하셨습니다. "결과물은요?" 메일로 받으셨답니다. "중간에 피드백은요?" 지나가다 복도에서 말로 하셨다고요.

저는 그 순간 이력서를 덮었습니다. 문제는 그 종이에 적힌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새는 건 사람이 아니라, 물이 지나는 길입니다

원장님이 "더 닦달해야 하나"를 고민할 때, 진짜로 봐야 할 건 직원의 성의가 아니라 일이 흐르는 길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같은 강사가 수업은 멀쩡히 합니다. 학부모 응대도 곧잘 합니다. 그런데 유독 "시킨 일 확인"에서만 늘 같은 자리에서 샙니다. 한 사람의 성실함이 일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 할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새는 건 사람이 아니라, 그 일이 지나가는 길에 구멍이 나 있는 겁니다.

저는 이걸 오래 의심했습니다. 강사가 게을러서라고 믿으면 마음은 편합니다. 사람을 바꾸거나 더 다그치면 되니까요. 그런데 학원을 바꿔 가며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멀쩡한 사람을 데려다 놔도 똑같은 자리에서 샜습니다. 그제야 시선을 돌렸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길을 봐야겠다고요.

행동과학에는 오래된 발견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의지로 움직이지 않고, 환경으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도 환경이 무너지면 흔들립니다.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길이 없어서입니다. 강사가 수업 준비를 깜빡하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 자체가 안 깔려 있어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한 사람의 성실함이 일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 할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새는 건 사람이 아니라 길입니다.

그래서 저는 원장님께 자책을 잠시 내려놓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확인이 새는 건 직원의 성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이 흐르는 길에 설계가 비어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그 길에는 구멍이 정확히 두 군데 납니다.

첫 번째 구멍 — 일이 어디로 흐르는지 (창구)

자책을 내려놓았다면, 이제 첫 번째 구멍부터 봅니다. 일이 도대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입니다.

앞의 원장님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지시는 카톡, 결과물은 메일, 피드백은 복도. 한 건의 일이 세 군데로 흩어졌습니다. 이러면 "이번 달 블로그 다섯 건이 지금 어디까지 됐나"를 한눈에 볼 방법이 없습니다. 누가 봐야 할까요. 결국 원장님 머릿속입니다. 원장님의 기억력이 학원의 유일한 현황판이 되는 겁니다.

저는 이걸 '물탱크가 세 개로 쪼개진 상태'라고 부릅니다. 지시라는 물, 결과물이라는 물, 피드백이라는 물이 각자 다른 탱크에 들어 있으면, 전체 수위를 잴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매번 "그거 됐어요?"를 입으로 물어 확인해야 합니다. 부지런한 원장일수록 이 되묻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합니다. 부지런한데도 새는 겁니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흩어진 탱크를 하나로 모으는 겁니다. 공지를 보내는 곳, 결과물을 받는 곳, 피드백을 주는 곳, 기록이 남는 곳, 진행 현황이 보이는 곳. 이 다섯 가지가 한 자리에서 이어지게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확인이 원장님의 기억력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옵니다. 머릿속으로 합산하지 않아도 화면에 '진행 중'과 '완료'가 비칩니다.

도구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카톡은 권하지 않습니다. 사생활과 업무가 섞이고, 올린 글이 위로 밀려 휘발되니까요. 잔디·슬랙·네이버웍스 같은 협업툴은 메신저와 자료 보관과 일정을 돈을 내고 한 묶음으로 묶어 줍니다. 예산이 빠듯하면 무료 도구 몇 개를 손품으로 엮어도 됩니다. 핵심은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다섯 기능이 한 자리에 모였느냐'입니다. 비싼 도구를 깔아도 여전히 세 군데로 흩어져 있으면 똑같이 샙니다.

두 번째 구멍 — 무엇을 보내는지 (메시지)

창구를 한 곳에 모았다면 다 끝났을까요. 아닙니다. 그릇을 모아도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이 비어 있으면 일은 여전히 안 돕니다. 두 번째 구멍입니다.

협업툴 하나에 다 모았는데도 일이 안 도는 학원을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이유는 거기 올라가는 지시가 "선생님, 블로그 좀 올려주세요" 한 줄이기 때문입니다. 받는 사람은 막막합니다. 몇 글자를 써야 하나. 사진은 넣나. 언제까지인가. 이걸 왜 내가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 협업툴은 마주 보고 일하는 자리가 아니라 메시지를 던져 놓고 흩어지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선 즉석에서 되물을 수가 없습니다.

"블로그 좀 올려주세요"는 지시가 아니라 숙제입니다. 받는 사람이 풀어야 할 빈칸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이 미리 빈칸을 다 채워 줘야 합니다. 저는 세 가지를 꼭 담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무엇을(사진 세 장에 800자 분량으로), 언제까지(이번 주 금요일 오후 다섯 시, 수요일엔 초안 한번 보여 주세요), 왜 당신에게(이번 신규 상담이 늘어서, 선생님 글이 첫인상을 만듭니다). 이렇게 보내면 받는 사람이 되물을 일이 사라집니다. 되묻기가 사라지면 일이 한 번에 돕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마음을 얹는 일입니다. 우리가 마주 보고 말할 때, 정보는 말의 내용보다 표정과 목소리에서 훨씬 많이 전달됩니다. 메라비언이라는 학자의 오래된 연구가 그 비중을 짚었는데, 표정과 목소리가 차지하는 몫이 압도적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메시지로 일을 시키면 그 표정과 목소리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라는 글자만 남으면, 받는 사람은 그 빈자리를 자기 기분으로 채웁니다. 원장님은 그냥 마감을 적었을 뿐인데, 강사는 '나를 닦달하는구나'로 읽습니다. 그래서 끝에 웃는 표정 하나를 얹는 겁니다. 같은 글자가 오해로 읽히는 걸 막아 줍니다. 물론 환불이나 계약 같은 공식 통지는 예외입니다.

한 군데만 막으면 계속 샙니다

두 구멍을 따로 보면 각각의 처방이 보입니다. 하지만 진짜 핵심은 둘을 겹쳐 놓을 때 드러납니다.

여기서 많은 원장님이 한 번씩 헛고생을 합니다. 협업툴은 멋지게 깔았는데 지시는 여전히 "이거 좀 해주세요"인 학원. 정돈은 됐는데 일이 안 돌고 되묻기만 늘었다며 답답해합니다. 반대도 있습니다. 지시는 또박또박 잘 쓰는데 그걸 카톡에 던지고 결과물은 메일로 받는 학원. 한 건 한 건은 또렷한데 "전체가 어디까지 됐나"는 여전히 원장님이 머리로 셉니다. 부지런한데도 새는 거죠.

이게 핵심입니다. 창구만 모으면 빈 그릇이고, 메시지만 다듬으면 흩어진 알맹이입니다. 한 층만 막으면 다른 층이 열려 있어 물은 계속 샙니다. 그릇과 알맹이는 둘 다 있어야 일이 흐릅니다.

저는 이 두 가지가 정반대 동작이라는 점이 늘 흥미로웠습니다. 창구를 모으는 건 흩어진 걸 한곳으로 끌어모으는 일이고, 메시지를 푸는 건 한 줄짜리 지시를 여러 정보로 펼치는 일입니다. 하나는 모으기, 하나는 펼치기. 손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두 손이 내려놓으려는 짐은 똑같습니다. 원장님 머리입니다. 창구를 모으면 전체 현황을 머리로 합산하지 않아도 되고, 메시지를 펼치면 되묻는 수고가 사라집니다. 양손이 반대로 움직이며 같은 짐을 같이 내려놓는 겁니다.

그래서 내일 무엇을 하면 되나

관점이 바뀌었다면, 마지막으로 내일 당장 할 일을 정합니다.

먼저 한 가지만 자문해 보세요. "지금 우리 학원이 새는 게, 일이 어디로 흐르는지가 흩어져서인가, 아니면 무엇을 보냈는지가 모호해서인가?" 이 한 줄이 칼을 가르는 지점입니다. 둘을 헷갈리면 엉뚱한 데를 고치고 또 새거든요.

둘 다 비어 있다면 보통 창구부터 손대시는 게 맞습니다. 그릇이 새는데 알맹이만 곱게 다듬어 봐야 흘러내리니까요. 협업툴이든 무료 도구든, 일단 다섯 기능을 한 자리로 모으는 게 1단계입니다. 그다음, 그 자리에 올리는 지시를 "무엇을·언제까지·왜 당신에게" 세 줄로 바꾸시면 됩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 한 건의 지시부터 세 줄로 적어 보세요. 받는 사람의 되묻기가 줄어드는 게 바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처음의 그 이력서로 돌아가 봅니다. 그 원장님은 결국 강사를 내보내지 않으셨습니다. 협업툴 하나를 깔고, 지시를 세 줄로 바꾸셨을 뿐입니다. 한 달 뒤 다시 만났을 때, "그 강사가 이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바뀐 게 아닙니다. 길이 바뀐 겁니다.

직원이 늘 같은 데서 샌다면, 그건 당신이 사람을 잘못 뽑은 게 아닙니다. 확인이 새는 건 성의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그리고 설계는, 오늘부터 고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두 층을 학원 전체로 넓혀, 원장님 머릿속에만 있던 정보를 통째로 빼내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칼럼은 비즈니스·상품전략 분야를 보면서 정리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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