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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심리·행동·관계2026.06.2414분 읽기


한 원장님이 전화를 끊고 한참 천장만 보셨다고 했습니다. 6년을 함께한 메인 강사가 그만두겠다고 한 겁니다. 다음 달에. 그 강사가 맡은 반이 학원 매출의 절반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은 그 선생님을 보고 등록했고, 진도도 그 선생님 머릿속에만 있었고, 까다로운 학생들 사정도 그 선생님만 알았습니다.

원장님이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이런 강사를 어떻게 붙잡죠? 아니면 이런 강사를 어디서 또 구하죠?" 두 질문 다 절박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두 질문이 같은 함정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둘 다 "사람"을 푸는 질문이거든요. 붙잡을 사람, 새로 구할 사람. 정작 흔들린 건 사람이 아니라 학원의 뼈대였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강사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학원을 오래 한 원장님들의 말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강사가 문제예요." 강사가 자꾸 나간다, 강사가 일을 안 한다, 강사 때문에 학부모 컴플레인이 들어온다. 이 말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의심받지 않습니다. 눈앞에서 사고를 친 게 사람이니까요.

저도 한동안 그렇게 봤습니다. 좋은 강사를 못 만나서 학원이 흔들린다고요.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을 찾는 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면접을 더 많이 보고, 더 높은 시급을 부르고, 더 정성껏 가르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을 갈아 끼워도 6개월 뒤면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일이 터졌습니다. 강사 얼굴만 바뀌고 문제는 그대로였습니다.

이게 한두 번이면 사람 운이 나빴던 거지만, 같은 자리에서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복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신호입니다. 같은 곳에서 자꾸 물이 새면, 들이붓는 사람을 의심하기 전에 그 자리에 구멍이 났는지를 봐야 합니다.

의지가 아니라 구조다

여기서 제가 오래 붙잡고 있던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의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강사가 수업 준비를 안 해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성실성을 탓합니다. "마음을 안 먹어서 그래." 그런데 수업 준비를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 자체가 없는 학원이라면, 그건 성실의 문제가 아닙니다. 길이 없어서 못 간 겁니다. 강사가 자꾸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사람에게 한 반을 통째로 묶어두면, 그 사람은 자기 어깨에 학원 절반이 얹힌 걸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무거우면 떠납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구조가 그를 그렇게 만든 겁니다.

품질 경영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밍이라는 사람이 평생 한 말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불량이 나면 작업자를 다그치던 시대에, 그는 정반대로 말했습니다. "문제의 대부분은 사람이 아니라 프로세스에 있다." 그가 계산한 비율은 무려 94 대 6이었습니다. 백 번 중 아흔네 번은 시스템 탓이고, 사람 탓은 여섯 번뿐이라는 거죠.

이 말을 학원으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강사가 문제"라고 느껴지는 그 순간의 열에 아홉은, 사실 강사를 그 자리에 그렇게 배치한 우리의 구조가 문제입니다. 불편한 말이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이게 불편한 만큼, 풀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람 운은 우리가 못 바꾸지만, 구조는 우리가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한 사람에 학원이 걸리지 않게 하는 법

엔지니어들이 쓰는 말 중에 "단일 장애점"이라는 게 있습니다. 영어로 싱글 포인트 오브 페일러. 쉽게 말하면, 그것 하나가 무너지면 시스템 전체가 멈추는 지점입니다. 정전되면 병원 전체가 꺼지는 건물에는 그래서 비상 발전기를 둡니다. 발전기 하나 더 두는 게 비용처럼 보여도, 그게 없으면 단 한 번의 정전이 모든 걸 날리니까요.

학원의 메인 강사 한 명은, 비상 발전기가 없는 병원의 전기선과 똑같습니다. 그 한 줄이 끊기면 학원의 절반이 어둠에 잠깁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더 튼튼한 전기선 한 줄"을 찾아 헤매는 게 아닙니다. 끊겨도 학원이 안 꺼지도록, 선을 여러 개로 나누는 겁니다.

저는 이걸 세 개의 축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사람을 한 덩어리가 아니라, 좌표로 보는 방식입니다.

첫째는 세로축, 직급입니다. 보조강사에서 전임으로, 주임으로, 행정실장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만듭니다. 사다리가 있으면 윗칸이 비었을 때 아랫칸 사람이 올라와 채울 수 있습니다. 한 명이 나가도 다음 사람이 같은 칸으로 들어오는 구조. 이게 백업입니다. 사다리가 없는 학원은 메인 강사가 나가면 외부에서 완성된 사람을 급하게 구해야 하고, 급한 채용은 거의 항상 가장 나쁜 채용이 됩니다.

둘째는 가로축, 역할입니다. 한 수업을 한 사람이 다 끌고 가게 두지 않습니다. 진도와 이해도를 설계하는 메인, 채점을 맡는 첨삭, 개별 질문을 받는 보조로 기능을 나눕니다. 한 학생을 한 강사에게 묶는 담임제가 아니라, 여러 강사가 한 학생을 동시에 보는 담당제로 묶습니다. 그러면 한 칸이 비어도 옆 칸이 받칩니다. 학부모가 "그 선생님 아니면 안 돼요"라고 말하기 전에, 학원이 먼저 여러 손으로 아이를 받치고 있는 겁니다.

셋째는 시간축, 입구와 출구입니다. 이게 가장 안 보이는 축인데, 사실 가장 중요합니다.

같은 문 하나가 입구이자 출구입니다

원장님들이 노무로 가장 답답해하는 게 해고입니다. 안 맞는 강사를 내보내고 싶은데 법이 막아서 못 한다는 거죠. 맞습니다. 정규직을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길은 사실상 막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원장님이 출구가 없다고 좌절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무릎을 친 지점이 있습니다. 출구가 막혀 있다면, 답은 출구가 아니라 입구에 있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들이지 않습니다. 일주일 파트로 한번 일해보고, 맞으면 3개월 단기계약, 그게 또 맞으면 연간계약. 아래 칸에서 검증하고 위로 올리는 겁니다. 그러면 안 맞는 사람은 계약 만료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누구를 자르는 게 아니라, 인연이 그 지점에서 끝나는 것뿐입니다.

여기서 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입사 초기의 그 단기계약이, 검증의 입구이면서 동시에 합법적인 출구가 됩니다. 같은 문 하나가 들어오는 문이자 나가는 문인 겁니다. 그래서 노무에서 자르는 기술을 배우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입구를 어떻게 설계했느냐가, 2년 뒤 출구가 열려 있느냐 닫혀 있느냐를 이미 결정합니다. (한 가지만 짚자면, 단기계약을 형식적으로 반복하거나 2년을 넘기면 오히려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출구가 닫힙니다. 입구 설계는 그래서 처음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세 축을 겹치면 격자판이 생깁니다. 한 사람을 "우리 에이스"라는 한 덩어리로 보는 게 아니라, "직급은 전임, 이번 반에선 메인 역할, 입사 8개월차"처럼 좌표로 봅니다. 좌표로 보면 그 사람이 빠진 칸을 누가 채울지가 보입니다. 덩어리로 보면 그 사람이 빠지는 순간 학원이 멈춥니다.

강사가 문제라는 말이 자꾸 나온다면

이 이야기는 학원만의 것이 아닙니다. 핵심 직원 한 명에게 회사가 통째로 걸린 작은 사업장, 매출의 절반을 한 거래처에 의존하는 1인 사업가, 그 외주처 한 곳이 펑크 나면 모든 일정이 무너지는 프리랜서. 다 같은 구조입니다. 잘 굴러갈 땐 안 보이다가, 그 한 점이 흔들리는 날 모든 게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우리는 사람 하나에 너무 많은 걸 겁니다. 그게 가장 효율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다 알고 다 하면 빠르고 깔끔하니까요. 그 효율의 대가가 단일 장애점이라는 걸, 그 사람이 떠나는 날에야 알게 됩니다.

그러니 "강사가 문제"라는 말, "직원이 문제"라는 말이 같은 자리에서 자꾸 나온다면, 저는 이렇게 한 번 뒤집어 보시길 권합니다. 그건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학원이 그 사람 한 명에 걸려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요. "여기는 강사가 일하기 좋은 곳인가, 한 사람이 빠져도 버틸 수 있게 짜여 있는가." 이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겁니다. (물론 명백한 비위는 다릅니다. 그건 구조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이고, 인사 조치가 맞습니다.)

좋은 강사를 못 만나서 학원이 흔들리는 게 아닙니다. 한 사람에게 모든 걸 걸어두는 구조라서 흔들리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사람 운과 달리 우리가 직접 다시 짤 수 있습니다.

사람을 갈 게 아니라, 좌표계를 갈아야 합니다. 강사가 문제인 학원은 대개, 그 강사 한 명에 학원이 통째로 걸려 있던 학원입니다.

내일 당장 하실 수 있는 건 큰 게 아닙니다. 지금 학원에서 그 사람이 나가면 학원이 멈추는 자리가 어디인지, 딱 한 자리만 종이에 적어보시는 겁니다. 그게 원장님의 첫 번째 단일 장애점입니다. 거기에 옆 칸 하나를 어떻게 받칠지를 그리는 순간, 인사는 더 이상 "좋은 사람 구하기"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판 짜기"가 됩니다. 그게 좌표계의 시작입니다.

이 칼럼은 심리·행동·관계 분야를 보면서 정리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