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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심리·행동·관계2026.06.2512분 읽기


상담실 전화기 너머로 한 어머니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선생님 좋았는데… 새 분은 우리 애를 잘 아세요?" 목소리에 화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미안해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한 문장 뒤에, 다음 달 퇴원 신청서가 따라온 적이 많습니다.

원장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잘 가르치던 강사 한 명이 나가면, 그날부터 학원이 조금씩 출렁입니다. 이상한 건 그다음입니다. 더 좋은 강사를 붙였는데도, 학력이 더 높은 선생님을 데려왔는데도, 학생이 빠집니다. 원장은 새벽에 앉아 생각합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뽑았나. 면접을 더 봐야 했나.

오늘은 그 자책을 한 번 내려놓으시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학생이 빠지는 건 새 강사의 실력 때문이 아닙니다. 강사 한 명이 떠날 때 동시에 두 가지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정확히 알면, 무엇을 미리 깔고 무엇을 급히 메워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학부모는 실력을 잃은 게 아니라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잃습니다

강사 교체를 겪은 원장 대부분이 처음에 내리는 진단은 똑같습니다. "새 선생님이 전 선생님만큼 못 가르치나 보다." 그래서 처방도 한 방향입니다. 더 잘 가르치는 사람을 구하자. 그런데 이 진단이 번지수를 틀렸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한 강사에게 기대고 있던 건 두 겹입니다. 하나는 익숙함입니다. 그 선생님의 말투, 채점 방식, 우리 아이의 약점을 이미 알고 있다는 안심. 또 하나는 비빌언덕입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해서 물어볼 곳, 우리 편이라고 느끼는 의지처. 강사 한 명이 나가면 이 둘이 같은 날 사라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새 강사가 아무리 잘 가르쳐도, 새 강사가 메울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뿐입니다. 익숙함은 시간이 다시 쌓아주면 됩니다. 그런데 비빌언덕은 다릅니다. "이 학원, 우리 애를 끝까지 봐줄 곳인가"라는 의지처는 새 강사 혼자서는 못 채웁니다. 학부모가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요.

학생이 빠지는 건 새 강사의 실력 때문이 아닙니다. 강사 한 명이 떠날 때 익숙함과 비빌언덕이 같은 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새 강사 한 명에게 모든 걸 맡기는 순간, 비빌언덕은 빈칸으로 남습니다. 학부모는 그 빈칸을 불안으로 채웁니다. "이 학원이 흔들리나?" 퇴원은 보통 이 두 번째 불안에서 결정됩니다. 실력 평가가 아니라요.

비빌언덕은 급할 때 못 만듭니다 — 평소에 깔아둔 것만 작동합니다

원인이 두 겹이라는 걸 알았으니, 이제 시간을 거꾸로 돌려봅니다. 교체가 터진 다음이 아니라, 터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비빌언덕이라는 건 관계입니다. 관계는 위기의 순간에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평소에 얼굴을 비치고, 목소리를 들려주고, 이름을 불러둔 시간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그래서 강사 교체 대비책의 절반은 사실 교체와 아무 상관 없는 평소의 일입니다.

학부모 쪽 비빌언덕은 이렇게 깝니다. 설명회 연단에 강사만 세우지 말고 원장이나 부원장이 직접 얼굴을 비칩니다. 정기 간담회를 짧게라도 엽니다. 학생 쪽은 복수담임이나 담당제로 한 아이를 두 사람 이상이 알게 하고, 등원할 때 원장이 한 번씩 이름을 부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게 깔려 있으면 강사 한 명이 나가도 학부모가 기댈 곳이 통째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강사 교체 대비책의 절반은 교체와 아무 상관 없는 평소의 일입니다. 급할 때는 비빌언덕을 못 만듭니다.

저는 이걸 한 통장의 잔고라고 봅니다. 예방은 평소에 여러 사람 이름으로 잔고를 미리 나눠 채워두는 일입니다. 그 잔고가 두둑하면, 강사 한 명이 떠나도 빠져나가는 몫이 작습니다. 원장이 위기에 급히 메워야 할 양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평소의 분산과 위기의 대응은 따로 노는 일이 아니라, 같은 통장을 미리 채우느냐 급히 메우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교체가 터지면 — 손실이 둘이니 메우는 사람도 둘이어야 합니다

평소에 잔고를 채워뒀어도, 교체는 결국 터집니다. 이때가 가장 흔하게 무너지는 대목입니다. 원장 대부분이 "새 선생님이 잘하면 된다"에 모든 걸 겁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대로, 새 강사 혼자서는 두 손실 중 하나밖에 못 메웁니다.

그래서 역할을 둘로 나눕니다. 신규 강사는 끊긴 익숙함을 맡습니다. 방법은 실력 자랑이 아니라 증거입니다. 첫 상담에서 "어머니, 지호는 도형 단원에서 자꾸 부호를 빠뜨리더라고요. 성격이 꼼꼼한데 속도를 내면 그게 나오네요"라고 말하는 것. 이 한마디가 "이 선생이 우리 애를 이만큼 안다"를 증명합니다. 경력 부족을 덮는 건 학력이 아니라 디테일입니다.

원장은 사라진 비빌언덕을 맡습니다. 이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합니다. 안내문을 직접 쓰고, 반별 간담회를 한 번 열고, 흔들릴 만한 집에는 개별 전화를 겁니다. 동시에 신규 강사를 보증합니다. "이 선생님, 제가 직접 보고 모셨습니다. 지호 같은 아이를 어떻게 다루는지 제가 옆에서 봤어요." 원장이 가진 신뢰가 다리가 되어, 그 다리를 타고 기존 신뢰가 새 강사에게 건너갑니다.

손실이 두 겹이라 메우는 사람도 둘이어야 한다는 것. 이게 오늘 글에서 가장 가져가셨으면 하는 한 줄입니다. 두 손실을 한 사람에게 다 맡기면 반드시 한쪽이 빕니다.

그래서, 강사가 자주 바뀐다면 다른 질문을 하셔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한 번의 교체를 받아내는 법입니다. 그런데 글을 닫기 전에 한 겹 더 파보고 싶습니다. 강사 교체가 자꾸 반복된다면, 위의 대응은 증상을 가라앉히는 진통제일 뿐입니다.

처우가 문제인지, 운영이 문제인지, 강사가 왜 자꾸 나가는지를 따로 풀어야 합니다. 그리고 구조를 한 칸 바꾸는 것도 검토할 만합니다. 한 아이를 한 강사가 통째로 책임지는 담임제 대신, 영역을 나눈 담당제로 가면 강사 한 명이 나가도 그건 학원 전체가 아니라 한 영역의 교체가 됩니다. 사라지는 비빌언덕의 크기 자체가 작아지는 겁니다.

저는 강사 교체 문제가 결국 사람 의존의 문제라고 읽습니다. 학원의 신뢰가 강사 한 명에게 쏠려 있을수록, 그 한 명이 단일 장애점이 됩니다. 주치의 한 명에게 모든 기록이 있으면 그가 떠날 때 환자가 길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미용사가, 단골 가게 사장이 떠날 때 우리가 흔들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건 학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에게 신뢰가 몰린 모든 조직의 보편 문제입니다.

그러니 강사가 나갔다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사람은 떠납니다. 원장이 할 일은 떠나지 않을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떠나도 학부모가 기댈 언덕을 여럿 만들어두는 일입니다. 학부모 마음속에 끝까지 남는 건 가장 잘 가르친 강사의 이름이 아닙니다. 흔들리는 순간에 누가 먼저 전화를 걸어 우리 아이 이름을 불러줬느냐, 그 시간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평소에 비빌언덕을 까는 90일 설계를, 원장이 무엇부터 손대야 하는지로 좁혀 살펴보겠습니다.

이 칼럼은 심리·행동·관계 분야를 보면서 정리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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