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원장님이 지친 얼굴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무료 체험, 무료 교재, 무료 상담… 줄 수 있는 건 다 줬어요. 문의는 폭발했고요. 그런데 정작 등록으로 안 이어져요. 어렵게 등록한 집도 숙제를 안 해와요. 제가 대체 뭘 잘못한 걸까요."
여러분이라면 이분께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더 좋은 무료 혜택을 얹어 주라고 하시겠어요? 아니면 이제 그만 퍼주라고 하시겠어요?
저도 한참을 몰랐습니다. 공짜로 주면 손해라는 말과, 공짜로 주면 사람이 몰린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싸웠거든요. 둘 다 맞는 것 같은데 같이 두면 앞뒤가 안 맞았습니다. 그러다 책 네 권을 나란히 펼쳐 놓고서야, 제가 질문을 잘못 잡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문제는 "공짜냐 유료냐"가 아니라, 그 0원을 어느 자리에 두었느냐였습니다.
0원은 가장 싼 값이 아니라 스위치입니다
우리는 보통 가격표를 하나의 줄자로 봅니다. 비싼 쪽 끝이 정가, 싼 쪽으로 내려오면 할인, 그 맨 끝 바닥이 0원. 그러니 공짜는 그냥 "제일 싼 값"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걸 오래 지켜본 사람들이 이상한 이야기를 합니다. 『팔지 마라 사게 하라』를 쓴 홈쇼핑 쇼호스트 장문정은, 아무리 큰 할인도 '공짜'라는 말의 힘에는 못 미친다고 말합니다. 50퍼센트 할인과 100퍼센트 할인은 양이 다른 게 아니라 종(種)이 다르다는 겁니다. 0원 앞에서는 사람의 손익 계산 자체가 멈춘다고요.
여기서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0원은 줄자 위의 한 점이 아니었습니다. 0원은 값이 아니라 스위치였습니다. 가격을 정확히 0으로 밀어 버리는 순간, 사람 머릿속에서 뭔가가 딸깍 넘어갑니다. '이걸 살까 말까'라는 판단 자체가 꺼지는 거예요. 판단이 없으니 망설임도 없고, 망설임이 없으니 사람이 물밀듯 몰려옵니다.
그러니 그 원장님의 문의가 폭발한 건 당연했습니다. 스위치 하나를 제대로 켜신 겁니다. 사람을 불러 모으는 스위치, 그러니까 유입 스위치 말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몰입까지 꺼졌을까
앞 섹션이 "왜 사람이 몰렸나"였다면, 이제 "왜 그 사람들이 안 움직였나"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여기에 제가 오래 못 봤던 두 번째 스위치가 있습니다.
『전문가의 비밀』을 쓴 러셀 브런슨은 클릭퍼널스라는 회사를 만든 사람인데, 자기 세미나를 10년 열면서 이런 관찰을 남깁니다. 무료로 참석한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성공한 회사를 일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요. 돈을 낸 사람만 끝까지 실행했다는 겁니다. 그가 남긴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돈을 낸 사람이 집중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도 다 겪은 일입니다. 공짜로 받은 사은품은 서랍에 처박히고, 무료로 다운받은 전자책은 열어보지도 않죠. 그런데 몇만 원 주고 산 강의는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봅니다. 치른 값이 있으면 사람은 그것에 주의와 노력을 쏟습니다. 치른 값이 없으면 가볍게 여기고, 가볍게 여기니 실행하지 않고, 실행하지 않으니 결과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0원은 스위치를 하나만 넘긴 게 아니었습니다. 유입 스위치를 켜는 바로 그 동작이, 몰입 스위치는 꺼버립니다. 사람을 부르는 힘과 사람을 진지하게 만드는 힘이 하필 정반대 방향으로 붙어 있는 겁니다.
그 원장님이 무언가를 잘못하신 게 아니었습니다. 공짜로 온 학부모가 성의가 없어서도 아니었고요. 0원이라는 스위치가 원래 그렇게 설계돼 있었던 겁니다 ― 사람을 모으면서, 바로 그 사람의 진지함을 끕니다.
0과 1 사이에는 계단이 아니라 절벽이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몰입이 문제라면 아주 조금만 받으면 되겠네. 단돈 천 원이라도."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관찰의 힘』이라는 책에는 정신적 거래비용이라는 행동경제학 개념이 나옵니다. 소비를 결정할 때마다 사람은 돈만 쓰는 게 아니라 '생각의 에너지'도 함께 쓴다는 겁니다. '이걸 지금 살까 말까'를 저울질하는 그 판단 부담 말이에요. 이 책이 든 예가 뼈아픕니다. 인터넷 초기에 '기사 하나에 몇 센트'씩 받는 소액 결제 모델이 여러 번 시도됐지만 거의 다 실패했습니다. 금액이 비싸서가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돈 나가는 걸 매번 의식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반전이 나옵니다. 0원과 1원 사이는 매끄러운 계단이 아니라 절벽입니다. 0원에서는 '살까 말까'라는 판단 자체가 없습니다. 마찰이 0이에요. 그런데 단돈 1원이라도 붙는 순간 그 판단이 되살아나고, 그 판단 부담이 1원보다 훨씬 비싸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어중간한 소액을 낱개로 자꾸 받는 구조가 사실은 최악입니다. 공짜만도 못하고 제값만도 못한, 딱 골짜기 바닥이거든요.
그래서 서로 다른 말들이 다 맞았습니다
여기까지 오니, 처음에 제 머릿속에서 싸우던 말들이 화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대목이 제가 이번에 가장 즐거웠던 지점입니다.
『$100M Money Models』를 쓴 알렉스 호르모지는 어퀴지션닷컴이라는 회사를 세운 사람인데, 그는 "무료는 그냥 100퍼센트 할인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무료도 할인도 1달러도 다 같은 줄자 위의 점이라는 거죠. 반대로 앞의 쇼호스트는 "공짜는 할인과 태생이 다른 별종"이라고 했고요. 두 사람이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하나만 읽으면 다른 하나가 틀린 말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0원을 스위치로 보면 둘 다 맞습니다. 호르모지는 오퍼가 얼마나 매력적인가라는 축에서 옳습니다 ― 그 축에서 무료는 할인의 극단일 뿐이니까요. 쇼호스트와 『관찰의 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드는 마음의 부담이라는 다른 축에서 옳습니다 ― 그 축의 맨 밑에는 앞서 본 절벽이 하나 숨어 있으니까요. 같은 0원을 서로 다른 자로 재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브런슨은 아무도 안 보던 세 번째 이야기, 몰입 스위치를 켜고 있었고요.
책마다 말이 다른 게 아니었습니다. 각자 코끼리의 다른 부위를 만지고 있었던 것뿐이에요. 네 사람의 말을 한 그림에 앉히면 이렇게 됩니다. 0원은 유입을 켜고 몰입을 끈다. 0과 1 사이엔 절벽이 있다. 문장 하나에 네 명의 말이 전부 들어갑니다.
어디에 공짜를 두고, 어디엔 절대 두지 않을까
관점만 바뀌어서는 내일 아침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표 하나로 정리해서 책상 앞에 붙여두었는데, 여러분도 가져가서 쓰시면 좋겠습니다. 자리마다 두 스위치가 어떻게 넘어가는지를 적은 표입니다.
| 가격 자리 | 유입 스위치 (사람이 오나) | 몰입 스위치 (진지해지나) |
|---|---|---|
| 0원(공짜) | 활짝 켜짐 | 꺼짐 |
| 몇천 원 낱개로 자꾸 받기 | 오히려 약해짐(절벽) | 약하게만 |
| 할인가 | 중간 | 중간 |
| 제값 | 낮음 | 활짝 켜짐 |
이 표를 손에 쥐면 질문이 바뀝니다. "공짜로 줄까 말까"가 아니라 "이 자리는 어느 스위치를 켜야 하는 자리인가"로요. 저라면 이렇게 나눠 보겠습니다.
첫째, 낯선 사람을 처음 부르는 입구에만 0원을 둡니다. 유입 스위치를 최대로 켜는 자리는 오직 거기입니다. 무료 진단, 무료 체험, 무료 자료 ―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둘째, 그 공짜 뒤에 값을 받는 다음 동선을 미리 깔아둡니다. 호르모지가 든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첫 달 무료' 창고 대여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정작 돈은 그 뒤에 딸려 오는 자물쇠와 박스와 보험에서 벌더라는 거예요. 미끼로 버는 게 아니라, 미끼가 데려온 사람에게서 법니다. 회수 동선 없는 공짜는 마중물이 아니라 그냥 손해입니다. 물을 부었는데 퍼 올릴 펌프가 없는 셈이니까요.
셋째, 진짜 변화와 결과를 파는 자리에는 절대 0원을 두지 않습니다. 작은 값이라도 매겨서 몰입 스위치를 켭니다. 값은 '누가 진짜로 변할 준비가 됐는가'를 걸러주는 필터거든요.
넷째, 어중간한 소액 낱개는 피합니다. 끌 거면 마찰이 0인 공짜로 끌고, 받을 거면 묶어서(정액·패키지) 결정 횟수를 줄입니다. 매번 저울질하게 만드는 순간 그 골짜기로 굴러떨어집니다.
이번 주에 딱 하나만 해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무료로 내주고 있는 것 하나를 이 표에 대보세요. 그게 '입구'에 있습니까, 아니면 '결과를 파는 자리'에 있습니까. 만약 결과를 파는 자리에 공짜가 놓여 있다면, 거기서 사람들이 안 움직이는 건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스위치가 꺼져 있었던 것뿐입니다.
공짜는 착한 게 아니라, 자리를 아는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많이 퍼주는 게 좋은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아낌없이 주면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많이 주는 게 착한 게 아니라, 어디에 주는지를 아는 게 진짜 상대를 돕는 것이더군요. 결과를 원하는 자리에 공짜를 두면, 저는 사람을 부른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진지해질 기회에서 밀어낸 셈이니까요.
0원은 사람을 모으는 데는 최강의 무기지만, 결과를 원하는 자리에서는 최악의 선택입니다. 같은 0원인데 자리에 따라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그러니 공짜냐 아니냐로 고민하지 마시고, 지금 이 자리가 어느 스위치를 켜야 하는 자리인지부터 물어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이제 막 그렇게 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