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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포지셔닝·마케팅2026.06.2515분 읽기


한 원장님이 휴대폰을 제 쪽으로 돌려 보여주셨습니다. 영상 조회수 3만 2천. 댓글도 좋고, 저장도 꽤 됐습니다. "이 정도면 잘 된 거 아닌가요?" 그렇게 물으시는 표정에 자랑보다 불안이 더 컸습니다. 다음 말이 진짜였거든요. "그런데 상담 전화는 한 통도 안 왔어요."

저는 그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습니다. 재밌었습니다. 정보도 알찼습니다. 편집도 깔끔했고요. 부족한 게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난 제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 손가락이 답이었습니다. 그 원장님 영상에는 잘못된 곳이 없었습니다. 다만 비어 있는 칸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는 깔때기를 너무 크게 그린다

먼저 이 원장님이 무엇을 안 했는지부터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결론을 당겨 말하면, 그분은 잘못한 게 없습니다.

우리는 마케팅을 배울 때 깔때기(funnel)라는 그림을 먼저 익힙니다.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그 깔때기 말입니다. 맨 위에서 사람들에게 우리 학원을 알리고(인지), 그다음 블로그나 후기로 관심을 끌고(관심), 상담으로 신뢰를 쌓고(욕망), 마지막에 등록을 받는다(행동). 100년도 더 된 마케팅 모형 AIDA가 이 순서입니다. 광고가 처음 학문이 되던 시절, 사람들은 이 네 글자를 시간 위에 길게 펼쳤습니다.

문제는 이 깔때기가 너무 크다는 데 있습니다. 단계마다 매체가 따로 들고, 접점이 따로 생기고, 그때마다 돈과 시간이 쌓입니다. 전단지 따로, 블로그 따로, 설명회 따로. 자산도 예산도 넉넉한 큰 학원이라면 이 긴 깔때기를 천천히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막 문을 연 원장님은 그 긴 줄을 깔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영상 한 편에 모든 걸 거는데, 정작 그 한 편 안에서는 깔때기를 그리지 않습니다. 큰 그림만 머리에 있고, 작은 한 편은 그냥 "좋은 정보를 많이 담은 영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서 제가 현장에서 발견한 건 이겁니다. 콘텐츠가 안 통할 때 원장님들은 거의 예외 없이 똑같은 자책을 하십니다. "내가 재능이 없나 봐요." "남들은 잘하는데 나만 안 되네요." 옆 학원 영상과 자기 영상을 나란히 놓고, 보이지 않는 철길 위에서 자기가 뒤처졌다고 느끼십니다. 그런데 제가 영상 수십 개를 뜯어보며 알게 된 건, 그 차이가 재능이 아니라는 겁니다.

콘텐츠가 안 통하는 건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깔때기의 한 칸이 비어 있을 뿐입니다.

잘 되는 영상과 안 되는 영상의 차이는 "센스"라는 안개 같은 단어로 설명되곤 합니다. 하지만 뜯어보면 안개가 아닙니다. 잘 되는 영상은 그 한 편 안에 깔때기를 통째로 접어 넣었고, 안 되는 영상은 그 깔때기에서 한 칸이 비어 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한 편 안에 깔때기를 접는다는 것

그러니 큰 깔때기 이야기는 잠시 접고, 영상 한 편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여기서 모든 게 한 무대에서 벌어집니다.

잘 설계된 콘텐츠 한 편은 시간 위에 길게 펼친 그 깔때기를, 단 한 화면 안의 층(層)으로 접어 넣습니다. 입구에서 멈춰 세우고, 가운데서 믿게 하고, 출구에서 닫습니다. 19세기 광고 모형이 시간 축을 잃고 2026년 쇼츠 한 편으로 접히는 셈입니다. 같은 깔때기인데, 길게 누워 있던 것이 한 편 안에 세로로 서는 것이죠.

층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입구는 주의입니다. 첫 3초입니다. 여기서 흔히 하는 착각이 "사람들을 보게 만들겠다"입니다. 그런데 보게 만드는 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제가 손에 쥘 수 있는 건 하나뿐입니다. 안 보는 이유를 없애는 것. 후킹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법이 아니라, 떠날 이유를 하나씩 치우는 청소에 가깝습니다. 쇼츠를 넘기는 손가락의 디폴트는 언제나 "다음"입니다. 그 손가락이 멈출 이유를 주는 게 아니라, 넘길 이유를 없애는 겁니다.

가운데는 관심과 본문입니다. 멈춰 세운 다음에는 믿게 해야 합니다. 여기서 첫 기준점 하나를 박는 게 앵커링입니다. 명품 가게가 20만 원짜리를 먼저 보여준 뒤 3만 원짜리를 꺼내는 이유와 같습니다. 먼저 본 숫자가 뒤의 가치를 판단하는 자(尺)가 됩니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구체적인 증거 — 수치, 사례, 후기 — 로 "그래서 나한테 뭐가 좋은데?"를 풀어줍니다. 상세페이지로 치면 딱 중단,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여기까지는 그 원장님도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멈춰 세웠고(조회수 3만), 믿게 했습니다(좋은 댓글, 저장). 깔때기의 위 세 칸이 다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쇼츠의 디폴트는 '다음'입니다. 그 손가락을 두 번 막아야 합니다 — 처음 3초와 마지막 한 문장.

출구가 입구만큼 무겁다

이제 그 원장님 영상에서 비어 있던 칸을 말씀드릴 차례입니다. 마지막 칸, 출구입니다.

영상은 좋은 정보를 다 주고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따뜻하고 예의 바른 마무리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함정이었습니다. 좋은 정보를 다 받은 시청자의 손가락은, 만족한 채로, 그대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갑니다. 입구를 막았던 그 디폴트("다음")가, 출구에서 한 번 더 가로막은 겁니다.

이게 제가 영상을 수십 개 뜯어보며 가장 자주 놓치는 사람들의 비대칭입니다. 입구에는 다들 공을 들입니다. 첫 3초가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출구는 "정보 잘 줬으니 알아서 찾아오겠지" 하고 비워 둡니다. 앞에서 아무리 가치를 쌓아도 마지막 한 문장이 비어 있으면 전부 새어 나갑니다. 입구와 출구는 사실 같은 적(敵)과 싸우는 두 전선입니다. 둘 다 "넘김"이라는 똑같은 디폴트를 상대합니다.

그럼 출구는 어떻게 닫느냐. 이탈 직전의 한 문장에 네 가지 심리를 겹쳐 심습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못 박는 전제, 안 하면 잃는다는 손실 회피,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포모(놓칠까 두려운 마음), 그리고 등을 떠밀지 않고 살짝 안내만 하는 넛지. 그 원장님께는 마지막 자막 한 줄을 이렇게 바꿔 보시라 했습니다. "이 방법이 우리 아이에게 맞을지는 10분이면 알 수 있습니다. 프로필 링크에 3월 상담 일정만 열어 뒀습니다." 강요가 아닙니다. 주도권은 시청자에게 넘긴 척하되, 다음에 누를 단추를 손에 쥐여 준 겁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가짜 마감이나 거짓 품절은 절대 쓰지 마십시오. 앵커도, 포모도, 마감도 실제 사실일 때만 역풍이 없습니다. 출구의 장치는 빈 알맹이를 채우는 가속기가 아닙니다. 알맹이가 있을 때 그걸 행동으로 옮겨 주는 손잡이일 뿐입니다.

질문을 바꾸면 콘텐츠가 바뀐다

여기까지 오면 정작 바꿔야 할 게 기법이 아니라는 게 보입니다. 바꿔야 할 건 콘텐츠를 만들기 전 머릿속의 질문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원장님은 영상을 기획할 때 이렇게 묻습니다. "무엇을 보여줄까? 어떤 정보를 더 넣을까?" 그래서 빠짐없이, 길고, 알차게 만듭니다. 그런데 정보를 다 넣는다고 단계가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길고 빈틈없는 영상은 어느 칸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합니다. 강의 전체를 다 보여주려다 첫 3초를 놓치고, 다 담으려다 마지막 한 문장을 놓칩니다.

제가 권하는 질문은 다릅니다. "이 한 편으로 받는 사람을 입구에서 출구까지, 어디까지 데려갈까?" 정보의 양이 아니라 사람의 이동을 묻는 겁니다. 그러면 무엇을 더 넣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뺄지가 먼저 보입니다. 강의 전체는 빼고, 아이들이 "아!" 하고 깨닫는 리액션 컷만 남기는 식으로요.

그리고 이 한 가지를 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콘텐츠가 안 통할 때, 더 이상 "기법을 뭘 더 넣지?"라며 헤매지 않아도 됩니다. 증상으로 빈 칸을 거꾸로 짚으면 됩니다. 아무도 안 멈추면 입구가 빈 겁니다. 멈췄다가 곧 떠나면 본문이 빈 겁니다. 끝까지 봤는데 전화가 안 오면 — 그 원장님처럼 — 출구가 빈 겁니다. 처방은 비어 있는 그 한 칸에만 하면 됩니다.

질문이 바뀌면 콘텐츠가 바뀝니다. '무엇을 보여줄까'가 아니라 '이 한 편으로 어디까지 데려갈까'.

같은 깔때기는 매체만 갈아입습니다. 영상이면 리뷰 한 편, 페이지면 상세페이지 세 단, 카드뉴스면 일곱 장 묶음, 상담이면 첫 30초부터 마지막 한 문장까지. 입구·본문·출구라는 골격은 그대로고 옷만 다릅니다. 한 번 이 골격을 손에 익히면, 다음 콘텐츠부터는 매체가 바뀌어도 같은 자(尺)로 잴 수 있습니다.

며칠 뒤 그 원장님이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영상 두 편의 마지막 자막만 바꿨다고요. 조회수는 전보다 낮았답니다. 그런데 상담 전화가 네 통 왔다고 하셨습니다. 영상 실력이 며칠 만에 늘었을 리 없습니다. 재능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닙니다. 비어 있던 한 칸을 채웠을 뿐입니다. 당신 영상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부족한 건 재능이 아닙니다. 출구입니다.

이 칼럼은 포지셔닝·마케팅 분야를 보면서 정리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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