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한 원장님이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학생이 안 들어와서 신규반을 두 개 늘렸어요. 시수도 손봤고요. 그런데 3월이 지나도 그대로 조용합니다." 돈은 썼고, 밤은 새웠고,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그분은 마지막에 이렇게 적으셨습니다. "제가 뭘 더 해야 할까요."
저는 답장을 쓰다 멈췄습니다. 그 문장에 함정이 있었거든요. "뭘 더 해야 할까요." 안 풀릴 때 우리 손은 항상 더하기로 갑니다. 프로그램을 더하고, 광고를 더하고, 시수를 더합니다. 그런데 제가 원장이던 시절에도, 지금 원장님들을 코치하면서도 반복해서 보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학생이 안 올 때 손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사실은 가장 비싸고 가장 늦게 짚어야 할 곳이라는 겁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나면, 원장님은 "안 올 때 어디부터 의심할 것인가"라는 진단의 순서 하나를 얻으실 겁니다. 정보가 아니라 렌즈입니다.
의사는 왜 비싼 검사부터 하지 않을까
병원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고 해봅시다. 좋은 의사는 들어오자마자 MRI부터 찍지 않습니다. 먼저 묻습니다. 언제부터 아픈지, 잠은 잤는지, 어제 뭘 먹었는지. 그다음 혈압을 재고, 눈을 보고, 목을 만집니다. MRI는 맨 마지막입니다.
왜 이 순서일까요. MRI가 가장 정확해서 먼저 찍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답은 단순합니다. 문진과 시진은 공짜에 가깝고, MRI는 비싸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싸고 빠른 검사로 걸러낼 수 있는 원인을 먼저 다 걸러내고, 거기서 답이 안 나올 때만 비싼 검사로 내려갑니다. 의사는 "심증이 가는 곳"부터 짚지 않습니다. "싸게 틀릴 수 있는 곳"부터 짚습니다.
저는 이걸 학원 진단으로 옮겨 보다가 무릎을 쳤습니다. 학생이 안 올 때 원장님이 손대는 순서는 정확히 거꾸로입니다. 가장 비싸고 되돌리기 어려운 MRI(프로그램 개편·새 광고)부터 찍고 있습니다. 문진(우리 안을 들여다보는 일)은 건너뛴 채로요.
가장 비싼 곳부터 의심하는 본능
이게 왜 생기는지 한 겹 더 파보겠습니다. 안 풀릴 때 우리는 "뭔가 큰 걸 바꿔야 한다"고 느낍니다. 신규반을 열고, 커리큘럼을 갈고, 학교 앞에 새 현수막을 거는 일은 손에 잡히고, 돈을 쓰고, 밤을 새웁니다. 그래서 마치 "제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감각을 줍니다. 반대로 우리 학원의 퇴원 사유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돈도 안 들고 티도 안 납니다. 노력 같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게 함정입니다. 프로그램 개편은 가장 비싸고, 한번 바꾸면 되돌리기 어렵고, 학생·강사·학부모가 다 흔들립니다. 새 광고는 돈이 나갑니다. 반면 우리 안을 보는 일은 공짜이고, 틀려도 잃을 게 없고, 당장 오늘 할 수 있습니다. 진단의 순서는 비용 오름차순이어야 하는데, 본능은 비용 내림차순으로 우리를 끌고 갑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안 올 때 짚어야 할 자리는 네 칸입니다. 그리고 이 네 칸은 정확히 싼 것에서 비싼 것 순으로 늘어섭니다.
첫째, 우리 안입니다. 가장 쌉니다. 공짜입니다. 둘째, 그 학생에게 닿는 경로입니다. 쌉니다. 셋째, 도달부터 매력, 전환까지 어느 칸이 새는지입니다. 칸마다 다릅니다. 넷째, 상품입니다. 프로그램과 시수와 커리큘럼. 가장 비싸고, 가장 늦게 짚어야 할 곳입니다. 원장님의 손이 가장 먼저 가는 넷째 칸이, 진단의 순서로는 맨 마지막입니다.
안부터 봅니다 — 밑 빠진 독 점검
이제 첫째 칸부터 차례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볼 곳은 "밖에 나가 새 학생을 데려올 길"이 아니라 "지금 우리 독에서 물이 새고 있지 않은가"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더 부어봐야 똑같이 샙니다. 새 학생을 아무리 데려와도 나가는 구멍이 그대로면 인원수는 제자리입니다. 그래서 밖으로 한 걸음 나가기 전에 안의 네 가지를 봅니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인지되고 있는가. 나간 학생들은 왜 나갔는가. 평균 재원 기간은 얼마이고 늘릴 수 있는가. 남아 있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떤가.
특히 퇴원 사유는 보물입니다. 나간 이유의 목록이 곧 막아야 할 구멍의 목록이거든요. 제가 본 어느 학원은 신규반을 늘리기 전에 최근 6개월 퇴원생에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다섯 명 중 셋이 같은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자주 바뀌어서요." 신규반 두 개보다 강사 한 명을 붙잡는 게 먼저였던 겁니다. 이 점검에는 돈이 한 푼도 안 들었습니다.
경로를 의심합니다 — 빈 우물에 두레박
안을 봤더니 독이 멀쩡한데도 특정 학년이 안 들어온다면, 그제야 둘째 칸으로 내려갑니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한 번 본능을 거슬러야 합니다.
가령 초등 저학년이 안 들어옵니다. 본능은 "저학년용 프로그램을 손보자"입니다. 곧장 넷째 칸으로 점프하는 거죠. 하지만 그 전에 물어야 합니다. 그 집 엄마가 우리 학원의 존재를 알기는 하는가. 저학년 학부모가 모이는 곳과 중고등 학부모가 보는 곳은 완전히 다릅니다. 저학년은 아파트 단지 맘카페와 단지 게시판에서 정보를 얻는데, 우리는 중고등 학부모가 보는 곳에만 광고를 걸어두고 "광고했는데도 안 온다"고 말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물이 없는 빈 우물에 두레박을 내리고서 "물이 안 길어진다"고 하는 격입니다. 두레박(상품)을 더 좋은 걸로 바꿔도 소용없습니다. 우물에 그 학부모가 없으니까요. 상품을 수술하기 전에, 그 학생에게 닿는 길이 비어 있는 건 아닌지부터 봅니다. 이건 광고 채널 하나 바꾸는 일이라 프로그램 개편보다 훨씬 쌉니다.
그래서 원장님께 — 내일 당장 할 일
여기까지가 진단의 뼈대입니다. 안을 보고, 경로를 보고, 그다음 도달·매력·전환 중 어느 칸이 새는지를 순서대로 짚고, 그 셋이 다 멀쩡할 때만 비로소 상품을 수술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장님이 내일 당장 쓸 수 있게 세 단계로 내려놓겠습니다.
첫째, 종이 한 장을 꺼내 네 칸을 위에서부터 적으세요. 안, 경로, 칸 짚기, 상품. 그리고 지금 손대려던 일이 몇째 칸인지 적으세요. 대개 셋째나 넷째일 겁니다.
둘째, 손을 첫째 칸으로 강제로 끌어올리세요. 최근 6개월 퇴원생 명단을 보고, 나간 이유를 한 줄씩 적으세요. 비용은 0원, 시간은 한 시간입니다. 만약 명단이 정리돼 있지 않다면, 그것 자체가 첫 번째 발견입니다.
셋째, 그래도 답이 안 나오면 그때 한 칸씩 내려가세요. 경로를 의심하고, 칸을 짚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상품을 수술하세요. 대부분의 막힘은 넷째 칸까지 가기 전에 풀립니다. 제가 본 학원 열 곳 중 일고여덟은 첫째와 둘째 칸에서 진짜 원인을 찾았습니다.
이건 학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식당이 안 되든, 쇼핑몰이 안 팔리든, 원리는 같습니다. 안 팔린다는 같은 증상 뒤에는 안·도달·매력·전환·상품이라는 다섯 자리의 서로 다른 범인이 숨어 있고, 우리는 늘 가장 비싼 범인부터 잡으려 듭니다. 린 스타트업이 "가장 싼 가설부터 검증하라"고 말하는 것도, 의사가 비싼 검사를 미루는 것도 결국 같은 지혜입니다. 안 팔린다고 상품부터 고치지 마십시오. 그건 진단이 아니라 도박입니다.
처음 그 원장님께 저는 결국 이렇게 답장했습니다. "뭘 더 하실지 묻기 전에, 뭘 안 보고 계셨는지부터 보시죠." 그분은 신규반을 닫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퇴원 사유부터 다시 봤습니다. 거기에 답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