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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심리·행동·관계2026.06.2416분 읽기


원장님 다섯 분과 둘러앉은 자리에서, 누군가 한숨처럼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요즘은 정말 좋은 선생님이 씨가 말랐어요." 그러자 약속이나 한 듯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면접을 봐도 시원찮고, 어렵게 뽑아 놓으면 한 달 만에 그만두고, 그래서 자리가 비면 또 급하게 아무나 메우고. 다섯 분 모두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그 끄덕임을 한참 봤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원장님, 지난 1년 동안 채용 공고는 몇 번 내보셨어요?" 잠깐 침묵이 흘렀습니다. 대부분의 답은 "사람 필요할 때만요"였습니다. 그러니까 자리가 비었을 때,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딱 그때만 한 번. 저는 그 순간 확신했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깔때기를 아직 안 돌려본 것이었습니다.

채용을 '사건'으로 보면 평생 운에 맡기게 됩니다

먼저 우리가 채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부터 짚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첫 단추가 모든 답답함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원장님에게 채용은 '사건'입니다. 강사가 그만둔다는 통보를 받는 순간 시작되고, 새 사람이 출근하는 순간 끝나는 일회성 사건. 그래서 늘 급합니다. 급하니까 충분히 못 봅니다. 못 보니까 자주 틀립니다. 틀리니까 또 자리가 빕니다. 이 고리가 한 번 돌 때마다 원장님은 "역시 좋은 사람이 없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이 결론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사건으로 보는 한, 채용의 성패는 영원히 '그날 어떤 사람이 지원했느냐'라는 운에 달려 있게 됩니다. 운이 좋으면 좋은 사람, 운이 나쁘면 또 그저 그런 사람. 운에 맡기는 일을 1년에 한 번만 하면, 솜씨가 늘 수가 없습니다. 1년에 한 번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수 없는 것과 똑같습니다.

여기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게 원장님의 안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겁니다. 횟수가 부족했을 뿐입니다. 안목은 책상에서 길러지지 않습니다. 공고를 내보고, 이력서를 받아 보고, 면접에서 헛다리도 짚어 보면서 길러지는 겁니다.

그런데 이 깔때기, 원장님이 이미 매일 돌리고 있습니다

채용이 사건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여기서 제 생각이 통념과 갈라집니다.

저는 채용을 '학생 모집과 똑같이 생긴 깔때기'로 봅니다. 깔때기란 위는 넓고 아래는 좁은 그 모양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위에서는 최대한 많이 끌어모으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걸러서, 진짜 맞는 사람만 통과시키는 구조. 원장님은 이 깔때기를 학생 모집에서 이미 능숙하게 돌리고 계십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학부모 입장에서 끌리는 문구를 고민하시죠. 그게 '끌기'입니다. 평소에도 상담 문의를 받아 두고 대기 명단을 관리하시죠. 그게 '재 두기'입니다. 맞는 학생과 안 맞는 학생을 기준으로 가르시죠. 그게 '가르기'입니다. 상담에서 학부모의 진짜 속내를 캐물으시죠. 그게 '캐묻기'입니다.

채용은 이 네 개를 그대로 옮긴 것뿐입니다. 학부모 입장 대신 구직자 입장에서 '왜 이 학원에서 일하고 싶을까'를 거꾸로 봅니다. 상담 문의 대신 구하든 안 구하든 공고를 내봐 시장 감각을 데워 둡니다. 학생을 가르듯 지원자를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가릅니다. 학부모를 캐묻듯 시강 준비 과정과 역질문으로 지원자의 결을 캐묻습니다.

채용은 인사 업무가 아닙니다. 지원자를 고객으로 보는 마케팅입니다. 원장님이 이미 잘하는 모집의 근육을, 그대로 쓰면 됩니다.

이게 제가 드리고 싶은 첫 번째 반전입니다. 원장님은 채용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모집이라는 이름으로는 이미 매일 돌리고 있는 깔때기를, 채용이라는 이름 앞에서만 멈춰 세우고 있을 뿐입니다.

위는 넓히고, 아래는 좁힌다 — 방향이 반대입니다

깔때기로 보기 시작하면, 그동안 뒤죽박죽이던 채용 행동들이 제자리를 찾습니다. 핵심은 위와 아래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일한다는 것입니다.

깔때기의 위, 그러니까 끌기와 재 두기는 입구를 넓히는 일입니다. 좋은 공고와 인간적인 대접으로 지원자 풀을 최대한 키웁니다. 여기서 제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보는 실수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구인 공고에 '급여는 협의 후 결정'이라고 쓰는 것입니다. 원장님은 유연하게 보이려고 그렇게 쓰시지만, 구직자 눈에는 '뭔가 감추는 곳' 또는 '후려치려는 곳'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정작 괜찮은 사람일수록 지원을 접습니다. 조건을 명확히 밝히는 공고가 입구를 넓힙니다. 모호함은 입구를 좁힙니다.

깔때기의 아래, 그러니까 가르기와 캐묻기는 통로를 좁히는 일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잣대는 '가르쳐서 되는 것'과 '가르쳐도 안 되는 것'을 나누는 일입니다. 수업 스킬이나 교재 숙지는 들어와서 가르치면 됩니다. 그러니 거기서 너무 깐깐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태도, 성실함, 사람을 대하는 결은 가르쳐서 바뀌지 않습니다. 좁히는 칼은 바로 그 지점에 들이대야 합니다.

입구를 넓혀야 좁힐 후보가 생기고, 좁히는 잣대가 있어야 넓힌 입구가 헛되지 않습니다. 둘은 한 깔때기의 위아래라, 떼어 놓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캐묻기'에서 제가 늘 권하는 한 가지. 면접 끝에 이렇게 말해 보십시오. "우리 학원에 대해 궁금한 점 세 가지만 물어봐 주세요." 결과가 아니라 질문을 보는 겁니다. 진지하게 들어온 사람은 수업 운영이나 학생 관리를 묻습니다. 그냥 자리만 채우러 온 사람은 "음, 딱히 없는데요"라고 합니다. 사람의 진심은 그가 하는 대답이 아니라, 그가 던지는 질문에서 드러납니다. 이건 책에 안 나옵니다. 면접을 수십 번 돌려 본 사람만 보이는 신호입니다.

떨어뜨릴 때도 인간 대접 — 깔때기는 한 번으로 안 끝납니다

좁히는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좁히면서 흘려보낸 사람들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 채용을 사건으로 보는 사람과 깔때기로 보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채용을 사건으로 보면, 떨어뜨린 지원자는 끝난 사람입니다. 안 뽑았으니 더 볼 일 없는 사람. 하지만 깔때기는 한 번 돌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돌아가는 장치입니다. 그 안에서 오늘 떨어진 지원자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학원 평판을 동네에 퍼뜨리는 전파자로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떨어뜨릴 때일수록 인간 대접을 권합니다. 차 한잔 내드리고, 학원 한 바퀴 보여 드리고, 멀리서 왔으면 교통비 정도는 챙겨 보내는 것. 이건 손해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학원가는 좁습니다. 면접에서 무례하게 대접받은 강사 한 명이 강사 커뮤니티에 남기는 말 한마디가, 다음 채용 시즌 지원자 수를 갈라 놓습니다. 마지막 인상을 좋게 남기면, 거래가 안 됐어도 추천이라는 자산이 남습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피크-엔드 법칙, 그러니까 사람은 경험의 절정과 마지막으로 전체를 기억한다는 원리가 여기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들이기로 한 사람에게는 출구를 입구에서 만들어 두십시오. 수습 3개월을 거쳐 정식 1년으로 가는 구조를 계약에 박아 두는 겁니다. 서로 안 맞았을 때 되돌릴 길을 미리 깔아 두면, 채용의 부담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구체적인 노무 형식은 전문가 검토를 받으시고요.)

학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학원 강사 채용으로 풀었지만, 이 깔때기는 강사라는 옷을 벗기면 훨씬 넓은 곳에서 작동합니다. 잠시 학원 밖으로 시선을 옮겨 보겠습니다.

첫 직원을 뽑는 1인 사장님을 생각해 보십시오. 디자이너 외주를 처음 맡기는 자영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리가 비면 급구하지 말고, 평소에 후보군과 시세를 데워 두고, 경쟁사의 채용 공고에서 '왜 사람들이 저기서 일하고 싶어 할까'를 거꾸로 배우고, 추상적인 자질을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내리고, 결과물보다 '그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과정을 캐묻습니다. 직군이 무엇이든 같은 깔때기입니다.

더 멀리 가면 세일즈와 제안서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협의 후 결정'처럼 핵심 조건을 흐려 두면 좋은 고객이 먼저 빠져나갑니다. 가격과 조건을 명확히 밝히는 편이 엉뚱한 거래를 막고 진짜 맞는 상대를 끌어옵니다. 거래가 안 돼도 마지막 인상을 좋게 남기면 추천이 남습니다. 채용이든 영업이든 상담이든, 밑바닥에 흐르는 원리는 하나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양쪽이 서로를 잘 보게 만드는 구조를 짜는 일. 좋은 채용은 내가 사람을 잘 고르는 재주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잘 보게 만드는 설계입니다.

그러니 사람을 탓하지 말고, 횟수를 늘리십시오

다시 그 다섯 분의 한숨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없다"는 말은 사실 진단이 아니라 자책에 가깝습니다. 내 학원이 매력이 없나,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저는 그 자책의 어깨를 내려 드리고 싶습니다.

원장님 잘못이 아닙니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깔때기를 돌린 횟수가 적었을 뿐입니다. 처음 설명회가 무서운 것처럼, 처음 채용이 막막한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한 번도 안 돌려 봤으니까요. 배짱이 생겨서 도전하는 게 아니라 도전하다 보니 배짱이 생기듯, 안목이 있어서 잘 뽑는 게 아니라 자주 뽑다 보면 안목이 생깁니다. 채용은 타고난 감이 아니라, 돌린 만큼 느는 기술입니다.

그러니 오늘 당장 하실 일은 하나입니다. 지금 당장 사람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공고를 한 번 내보십시오. 300만 원, 400만 원, 500만 원 조건을 바꿔 가며 내봐서 '누가 지원하는지'를 눈으로 보십시오. 그 한 번이 원장님의 깔때기를 돌리는 첫 바퀴입니다.

좋은 선생님은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운 좋게 나타나는 존재가 아닙니다. 깔때기를 돌리는 사람 앞에, 돌린 횟수만큼 나타나는 사람입니다.

이 칼럼은 심리·행동·관계 분야를 보면서 정리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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