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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26.06.1814분 읽기

원장이 가장 잘하는 학원은, 원장이 쓰러지는 순간 가장 약한 학원입니다.


밤 10시, 마지막 셔틀이 떠난 학원에 원장님 한 분이 남아 있습니다. 낮에는 신규 상담 세 건을 직접 봤고, 저녁에는 제일 어려운 반 수업을 직접 했습니다. 강사가 펑크 낸 자리도 원장님이 메웠습니다. 그날 학부모 컴플레인 전화도 원장님이 받았습니다. 이 학원에서 제일 잘 가르치는 사람도, 제일 상담을 잘하는 사람도, 제일 책임을 많이 지는 사람도 전부 한 사람입니다. 동네에서 평판 좋은 학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학원을 볼 때마다 칭찬보다 먼저 걱정이 듭니다. 이 원장님이 다음 주에 몸살로 사흘만 누우면, 이 학원은 어떻게 될까요.

제가 김진세 대표의 강연 자료를 펼친 건, 강사 채용 매뉴얼을 찾던 길이었습니다. 좋은 강사를 어떻게 뽑고 어떻게 안 떠나보낼까, 그 기술이 궁금했습니다. 저는 학원에서 강사를 뽑고 또 떠나보내는 일을 오래 했고, 그게 늘 제일 아팠으니까요. 그런데 200쪽이 넘는 슬라이드를 따라가다 8쪽에서 멈췄습니다. 거기 시스템의 정의가 한 줄로 적혀 있었습니다. "원장님이 없어도, 표준화된 프로세스에 의해 학원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상태." 저는 그 한 줄 앞에서 제 질문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문제는 좋은 강사를 못 뽑는 게 아니었습니다. 좋은 강사가 와도 굴러가지 않는 구조, 결국 모든 게 원장 한 사람에게 되돌아오는 구조가 문제였습니다.

이 강연의 진단은 첫머리부터 날카롭습니다. "상담하느라 수업 준비 못 하고, 수업하느라 강사 관리 못 한다. 결국 모든 결정과 책임이 원장 몫이다." 김 대표는 이걸 1차원 자영업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성장하려는 원장이 흔히 떠올리는 여섯 가지 처방, 더 열심히 수업하기, 더 많이 수업하기, 관리 강화, 학습량 늘리기, 이벤트, 수강료 할인을 전부 함정으로 분류합니다. 왜 함정인가. 전부 원장의 노동을 더 쥐어짜는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무딘 도끼를 더 세게 휘두르는 나무꾼. 강연은 노동을 강화하지 말고 도끼를 갈라고 말합니다. 도끼를 가는 일, 그것이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이 자료가 흔한 학원 운영서와 갈라집니다. 시중의 많은 학원 책은 "원장의 마인드"를 말하거나 "이런 이벤트로 등록을 늘려라"는 전술을 모읍니다. 더 잘하라는 격려이거나,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법입니다. 이 강연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원장이 덜 일해도 학원이 돌아가게 만들라는 것. 마이다스아이티의 인본경영을 다룬 자료가 "사람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라는 철학을 묻는다면, 이 강연은 그 철학을 곧바로 노션 매뉴얼, 위임 5단계, 재무 14지표 같은 손에 잡히는 연장으로 바꿔 쥐여줍니다. 사상이 아니라 작업 도구입니다. 김 대표가 이 관점에 닿은 자리도 분명해 보입니다. 그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학원을 운영하고 컨설팅해 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수업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원장이 수업에서 빠져도 되는 법"을 자료의 뼈대로 삼았습니다.

원장님, 여기서 어깨가 무거워지실 겁니다. 우리는 내가 제일 잘 가르치고 제일 잘 상담하는 걸 자부심으로 여겨 왔습니다. 그게 학원의 경쟁력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강연은 바로 그 자부심이 학원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말합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원장님이 모든 걸 직접 해 온 건 욕심이나 통제욕 때문이 아닙니다. 맡길 사람도, 맡길 방법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사에게 "알아서 잘해 주세요"라고 했다가 일이 어긋난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직접 하는 게 마음 편해집니다. 그건 원장님이 위임을 못 하는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위임에는 단계가 있는데, 그 단계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 강연이 원장에게 선물하는 가장 큰 한 수가 바로 그 위임의 사다리입니다. 김 대표는 위임을 다섯 단계로 쪼갭니다. 1단계는 실행, 시키는 대로 하는 것. 2단계는 조사, 정보를 모아 보고하는 것. 3단계는 제안, 대안을 만들어 보고하며 의사결정을 훈련하는 것. 4단계는 결정, 스스로 결정하고 보고하는 것. 그리고 5단계는 전권, 능동적으로 처리하고 결과만 공유하는 것입니다. "알아서 해"가 무책임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단계밖에 못 하는 강사에게 5단계를 던져 놓고 결과가 나쁘다고 실망하니까요. 위임은 던지는 게 아니라 한 칸씩 올리는 일입니다. 그리고 김 대표는 세 가지 원칙을 답니다. 명확한 가이드를 주고, 맡겼으면 기다리며 간섭하지 않고, 확실하게 피드백한다. 저는 이 세 줄이 채용 기술 백 가지보다 학원을 더 바꾼다고 봅니다.

제가 현장에서 본 가장 정확한 장면을 하나 보태겠습니다. 위임이 안 되는 학원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강사가 원장에게 보고할 때 "요즘 애들이 좀 빠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이걸 나쁜 보고라고 부릅니다. 감정과 구두로 하는 보고. 좋은 보고는 "이번 달 퇴원율이 전월 대비 2퍼센트 올랐습니다"입니다. 데이터와 서면으로 하는 보고. 그런데 제가 본 진실은, 강사가 게을러서 감정으로 보고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학원에 퇴원율이라는 숫자 자체가 없으면, 강사는 느낌으로밖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좋은 보고를 받으려면 먼저 잴 수 있는 숫자를 학원에 깔아야 합니다. 강연이 재무 14지표, 재원생수와 퇴원율과 객단가와 강사생산성을 길게 늘어놓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원장이 빠져도 돌아가려면, 사람이 아니라 숫자가 학원을 보고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강연에는 제 직업적 호기심을 정확히 찌른 대목도 있습니다. 김 대표는 카펜터 연구진의 2013년 실험을 인용합니다. 유창하게 잘하는 강의는 학생의 만족도, 즉 "내가 배웠다는 느낌"을 두 배로 높이지만, 실제 시험 성적은 늘리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잘 가르치는 느낌과 잘 배우는 결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한 줄 앞에서 다시 한번 첫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제일 잘 가르치는 원장이 직접 하는 수업이, 학생에게 정말 제일 좋은 수업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니까요. 원장의 유창함은 학생을 흐뭇하게 만들지만, 원장이 빠지는 순간 사라지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던바의 수, 한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관계가 150명이라는 인류학 숫자를 끌어와 "시스템 없이는 100명 이상 원생 관리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는 대목도 같은 말입니다. 사람의 한계는 의지로 넘는 게 아니라 구조로 넘는 것이라고요. 이 강연에는 학부모 세분시장 6유형이나 상담실을 학원의 중심축으로 세우는 설계도 있지만, 그건 직접 펼쳐 보실 때를 위해 남겨 두겠습니다.

솔직히 한계도 적어 둡니다. 이 자료는 출간된 책이 아니라 강연 슬라이드입니다. 화면에 적힌 건 뼈대뿐이고, 발표자의 입에서 풀려나왔을 살은 종이에 없습니다. 도형만 있고 글자가 없는 슬라이드도 여럿입니다. 그래서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떠먹여 주는 매뉴얼이 아닙니다. 골격을 보고 내 학원의 살을 붙여야 하는 설계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래서 좋았습니다. 떠먹여 주는 책은 덮으면 끝나지만, 골격은 내 학원에 대입하는 동안 계속 일하니까요.

저는 이 자료를 덮고, 가르치는 걸 좋아해서 학원을 시작한 한 원장님을 떠올렸습니다. 학원이 커질수록 수업을 못 하게 되어서, 이걸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분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분이 가르치는 건 학생이 아니라 강사와 시스템입니다. 가르치는 걸 그만둔 게 아니라, 가르치는 대상이 달라진 겁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방식을 바꾼 것이지, 포기한 게 아니었습니다. 이 강연이 말하는 시스템도 결국 그 이야기였습니다. 원장이 수업에서 손을 떼라는 건 일을 사랑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원장이 사흘 앓아누워도 학생들이 평소처럼 배우게 만들어 놓는 것, 그게 학원을 정말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이번 주에 저라면 딱 한 가지만 해 보겠습니다. 지금 강사 한 명이 원장에게 무엇을 어떤 식으로 보고하고 있는지, 그 보고가 감정인지 숫자인지부터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 한 줄에 학원이 원장 한 사람에게 얼마나 매달려 있는지가 다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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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세 (교육의시선 대표) 강연
학원관리노트 시초 2기 특강 · 2026

"원장이 가장 잘하는 학원은, 원장이 쓰러지는 순간 가장 약한 학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