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원장님이 블로그에 글 하나를 올립니다.
이번엔 작정하고 썼습니다. 사진도 열 장 넣고, "○○동 중등 수학학원"이라는 단어를 본문에 일부러 여섯 번 넣고, 제목도 길게 정성껏 달았습니다. 발행 버튼을 누르고, 네이버 검색창에 우리 동네 이름을 칩니다. 우리 학원 글은 어디 있을까요. 1페이지에 없습니다. 2페이지에도 없습니다. 한참을 내려가서야, 어제 올린 어느 학원의 짧은 글 아래에 우리 글이 숨어 있습니다. 그 학원 글은 사진도 세 장뿐이고 길이도 짧은데 말입니다.
원장님은 검색창을 닫으며 생각합니다. "내가 글을 못 쓰나." 저도 그 밤을 압니다. 공들인 글이 아래로 묻힐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자기 실력을 의심합니다.
이 전자책을 집어 든 건 그 의심이 한 번 더 도졌을 때였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상위노출을 검색하면 강의가 수백 개 나옵니다. 키워드를 몇 번 넣어라, 글자수는 몇 자다, 발행 시간은 몇 시다. 다들 비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비법마다 숫자가 다릅니다. 누구는 1,500자, 누구는 3,000자. 도대체 누구 말이 맞나 싶어 하나를 열어 봤습니다. 제목이 거창합니다. "탑급 광고대행사에서도 쓰는 비법서." 저는 또 한 번의 뇌피셜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첫 장에서 저자가 던진 말이 예상을 비껴갔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시중에 도는 상위노출 법칙은 전부 가설이다. 누가 7개 키워드를 조회수별로 다 최상단에 올려 보이면 1,000만 원을 주겠다." 검증할 수 없는 걸 비법이라 파는 시장에다 돈을 거는 도발이었습니다. 저는 이 한 줄에서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비법서가 자기가 속한 비법 시장을 가장 먼저 의심하는 장면이었으니까요.
그럼 무엇이 가설이 아닐까. 여기서 이 책의 진짜 한 수가 나옵니다. 저자는 유일하게 검증 가능한 근거 하나를 가리킵니다. 네이버가 특허로 출원해 공개한 알고리즘 문서. 네이버는 전 국민 과반이 쓰는 플랫폼이라 검색 순서를 몰래 조작하면 범죄가 됩니다. 그래서 일부를 특허로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누구나 키프리스라는 특허 검색 사이트에서 열람할 수 있는 '팩트'가 거기 있습니다. 나머지 화려한 비법들은 그 팩트 주변을 도는 추측일 뿐이라는 게 저자의 칼입니다.
이게 왜 한 수냐면, 학원 마케팅에서 우리가 늘 거꾸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잘 되는 옆 학원의 '방법'을 봅니다. 저 집은 글자수를 늘렸다더라, 저 집은 새벽에 올린다더라. 그 방법을 그대로 베낍니다. 그런데 결과가 안 따라옵니다. 결과만 보면 비슷해 보여도, 왜 그게 통했는지를 파고들면 모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방법(WHAT)은 복사할 수 있지만, 그 방법이 왜 먹혔는지(WHY)는 복사가 안 됩니다. 이 책이 좋은 건, 비법을 하나 더 얹어 주는 대신 "비법을 베끼지 말고 원리의 출처로 내려가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특허가 말하는 원리가 뭐냐. 복잡한 이름이 셋 나옵니다. 씨랭크, 다이아, 다이아플러스. 외울 필요 없습니다. 저는 이걸 학원 동네 풍경 하나로 묶어서 읽었습니다.
검색 상단은 동네 사거리의 가장 좋은 가게 자리입니다. 그리고 검색 알고리즘은 그 자리를 누구에게 줄지 정하는 부동산 중개인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첫 번째 오해가 깨집니다. 이 중개인은 글을 잘 썼는지 채점하는 심사위원이 아닙니다. 가게 인테리어가 예쁜지를 보는 게 아니라, 손님이 실제로 그 가게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를 봅니다.
세 가지 이름은 이 중개인이 보는 세 가지 장면일 뿐입니다. 씨랭크는 "이 가게가 한 가지를 파는가, 잡화점인가"를 봅니다. 수학 글을 쓰다 갑자기 맛집 후기, 여행 사진을 섞으면 "여기가 무슨 가게인지 모르겠다"며 자리를 안 줍니다. 한 주제로 몰아야 합니다. 다이아는 핵심입니다. 손님이 그 가게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끝까지 둘러보고 옆 가게까지 갔는가. 이게 바로 체류시간입니다. 다이아플러스는 "이 가게가 한 단어를 여러 말로 설명할 줄 아는가"를 봅니다. 브랜드블로그를 기업브랜딩, 네이버블로그, SNS마케팅 같은 비슷한 말로 풀어 주면, 더 많은 손님의 검색에 걸린다는 겁니다.
이 셋을 저자는 한 문장으로 압축합니다. "꾸준히, 잘 읽히게, 연쇄적으로 써라." 꾸준히는 씨랭크, 잘 읽히게는 다이아, 연쇄적으로는 다이아플러스입니다. 비법 수백 개가 결국 이 한 줄로 모입니다.
여기서 원장님이 진짜 가져가셔야 할 건 따로 있습니다. 그 밤에 원장님이 의심한 건 자기 '글 실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개인은 글 실력을 채점하지 않습니다. 체류시간을 봅니다. 체류시간이 뭡니까. 학부모가 그 글을 끝까지 읽었다는 뜻입니다. 끝까지 읽었다는 건, 그 글이 자기 아이 이야기 같았다는 뜻입니다. 검색 순위는 글을 잘 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가 끝까지 읽고 싶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우리 학원 글이 아래로 묻힌 건 문장이 못나서가 아니라, 키워드를 여섯 번 욱여넣느라 정작 읽는 학부모를 잊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책하실 일이 아닙니다. 글을 못 쓴 게 아니라, 채점 기준을 오해했던 것뿐입니다. 심사위원에게 잘 보이려고 키워드를 채울 게 아니라, 카운터 앞에 선 그 학부모 한 명이 끝까지 머물게 쓰면 됩니다. 이게 관점이 바뀌는 지점입니다. 검색은 우리를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머문 손님에게 자리를 내주는 중개입니다.
이 책에는 제가 여기 다 풀지 않은 칼이 더 있습니다. 그중 하나만 맛보기로 열어 두겠습니다. '이웃'을 늘리라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이웃의 공감과 댓글이 많은 글을 사람들이 "인기 글"이라 착각하고 더 신뢰한다고 말합니다. 시장은 이성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죠. 이건 심리학에서 사회적 증거라 부르는, 줄이 긴 식당에 사람이 더 줄 서는 그 원리와 정확히 같습니다. 왜 학원 블로그에도 같은 원리가 작동할까요. 학부모는 우리 학원을 직접 검증할 방법이 없어서, 다른 학부모의 반응을 단서로 삼기 때문입니다. 댓글 세 개가 커리큘럼 설명 열 줄보다 강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을 덮어야 할 분도 있습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이 전자책은 끝에 가서 유료 강의를 파는 무료 미끼 자료입니다. 그리고 본문의 그 깔끔한 숫자들, 2,000자·체류 3분·키워드 5~10회·조회수 300에서 시작하라는 수치들은 네이버 공식 발표가 아니라 저자가 수천 번 해 보고 "이렇게 했더니 되더라"고 정리한 경험치입니다. 책도 그렇게 인정합니다. 그러니 이 숫자를 법칙처럼 외워서 그대로 베끼면, 우리가 그렇게 비웃었던 '뇌피셜 비법 따라 하기'를 똑같이 반복하는 셈이 됩니다. 게다가 2023년 자료라 네이버 알고리즘은 이미 더 바뀌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숫자는 흘려보내고, 원리만 챙기는 책으로요. 변하는 건 로직 이름과 권장 글자수입니다. 안 변하는 건 "손님이 오래 머문 가게가 좋은 자리를 얻는다"는 한 줄입니다. 채널이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바뀌어도, 머문 시간이 신뢰의 신호라는 원리는 그대로 작동합니다.
저는 이 자료를 덮고 나서, 새 키워드를 어디에 더 박을지 궁리하던 손을 멈췄습니다. 대신 지난 글들을 다시 열어, 제가 학부모를 끝까지 데려갔는지 아니면 검색 로봇에게 잘 보이려고만 했는지를 다시 읽어 봤습니다.
부끄럽게도, 대부분은 로봇에게 쓴 글이었습니다. 그걸 안 뒤로 저는 키워드를 세는 사람에서, 학부모 한 명이 어디서 글을 닫을지 헤아리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