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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독서노트2026.06.1812분 읽기

좁히는 게 무서운 건 손님이 줄어서가 아니라, 그제야 내가 누구인지 적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원장님, 만약 누가 "학원 SNS를 키우려면 주제를 더 좁히세요"라고 하면 속으로 이렇게 반박하실 겁니다. "그러다 손님이 더 줄면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게 당연한 반응입니다.

이 사례집을 집어 든 건 그 반박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andywiki라는 제 채널을 키우면서 한 가지에서 늘 막혔습니다. 다룰 이야기는 많은데, 막상 한 줄로 "나는 누구를 위한 채널이다"를 적으려고 하면 손이 멈췄습니다. 좁히면 다른 손님을 다 내쫓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매번 넓게, 두루뭉술하게 적고 도망쳤습니다. 그러던 차에 평범한 엄마와 선생님 아홉 명이 인스타와 유튜브에서 폭발한 과정을 사후에 해부했다는 이 자료를 만났습니다. 솔직히 기대한 건 "떡상하는 릴스 만드는 법" 같은 기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아홉 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제가 찾던 건 거기 없었습니다. 대신 전혀 다른 게 있었습니다.

아홉 명 전원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터지기 직전에 주제를 더 좁혔습니다. 이게 우연이 아닙니다.

수학 자료를 올리던 리본쌤은 '모든 아이의 수학'을 버리고 '미취학 아이가 수학을 처음 시작할 때'로 좁혔습니다. 강아지 정보를 올리던 만두아빠는 '강아지 키우는 법'을 버리고 '강아지 화식 레시피'로 좁혔습니다. 세 자매를 키우는 샤인맘은 '세 아이 육아'를 버리고 '둘째의 초등 입학'으로 좁혔습니다. 좁힌 직후 리본쌤의 릴스는 100만 뷰가 났고 7,200명이 한꺼번에 유입됐습니다. 샤인맘은 28일 만에 700명에서 1만 6천 명이 됐습니다. 주제를 줄였더니 손님이 준 게 아니라, 그제야 손님이 명확하게 모인 겁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책장을 덮고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제가 좁히기를 무서워한 진짜 이유를 이 아홉 명이 거꾸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좁히는 게 무서운 건 손님이 줄어들까 봐가 아니었습니다. 좁히는 순간 "나는 이 사람을 위한 채널이다"를 분명히 적어야 하고, 그러면 도망갈 데가 없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넓게 적어두면 안 터져도 변명할 수 있습니다. "워낙 주제가 넓으니까." 그런데 한 사람을 위해 좁혀놓고 안 되면, 그건 온전히 내 책임이 됩니다. 아홉 명은 그 책임을 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손님이 줄까 두려운 게 아니라, 자기가 누구인지 적는 게 두려웠던 것뿐입니다.

저는 이걸 평범한 마케팅 책에서는 못 봤습니다. 보통 SNS 책은 "타겟을 좁혀라"를 전략으로 가르칩니다. 페르소나를 그리고, 고객을 정의하라고. 머리로는 다 맞는 말인데 손이 안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 자료는 전략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냥 좁히기를 무서워하던 아홉 명이 떨면서 좁혔고, 그 직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날것으로 보여줄 뿐입니다. 두려움을 이긴 사람의 기록이라, 이론서보다 등을 떠밉니다. 이게 이 사례집의 숨은 한 수입니다. 강의팀은 '타겟·정보·소통'을 가르치려 했는데, 정작 이 자료가 증명한 건 그 세 가지가 아니라 좁히는 공포는 누구에게나 똑같고, 넘은 사람만 터진다는 한 가지였습니다.

좁힌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아홉 명이 똑같았습니다. 좁힌 자리에서 '직접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무료로 풀었습니다. 리본쌤은 전개도 놀이 도안을, 소이쌤은 학부모 상담 질문 리스트를 나눴습니다. 소이쌤의 그 질문 리스트 한 장이 이틀 만에 20만 뷰가 나고 60시간 만에 1만 명을 모았습니다. 이게 도화선입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받은 사람들이 단 댓글과 DM을, 다음 콘텐츠의 소재로 되받았습니다. 좁히기, 자료 나눔, 소통으로 다음 이야기. 이 셋이 아홉 번 똑같이 반복됩니다. 다만 이 두 번째 셋에 대해서는 제가 여기서 다 풀지 않겠습니다. 자료를 미끼로 쓰는 방식과 댓글을 콘텐츠로 되먹이는 구조는, 직접 아홉 명의 before와 after를 따라가며 봐야 몸에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SNS 인플루언서가 아닌 원장님은 이 아홉 명에게서 뭘 가져가면 될까요. 저는 "릴스를 올리세요"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통째로 옮겨드리고 싶은 건, 원장님이 자기 학원을 보는 자리 자체를 한 칸 옮기는 일입니다.

원장님은 지금 학원의 모든 강점을 안내문에 적습니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내신과 수능, 영어와 수학, 소수정예와 관리까지. 다 잘한다고 적어야 손님을 안 놓칠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학원을 운영하며 현장에서 본 건 정반대입니다. 다 잘한다고 적은 학원은 학부모 머릿속에 한 줄도 안 남습니다. "거기 그냥 학원"으로 기억됩니다. 반대로 "우리는 중등 내신 수학 하나만 봅니다" 같은 한 줄을 가진 원장님은, 그 과목이 급한 학부모에게 유일한 선택지가 됩니다. 좁힌 게 아니라, 그 좁은 칸 안에서 1등이 된 겁니다. 아홉 명이 증명한 게 정확히 이겁니다.

여기서 원장님께 정말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옆 학원이 다 잘되는 것처럼 보이고, 나만 뒤처진 것 같아 조바심 나신다면, 그 비교 기준은 사실 없는 겁니다. 이 사례집의 아홉 명은 서로를 안 봤습니다. 자기 한 사람의 손님만 봤습니다. "남들처럼 넓게 가야 한다"는 기준은 누가 정해준 철길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든 상상이었습니다. 원장님이 안 터지는 건 좁힐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좁히면 자기가 누구인지 적어야 한다는 그 한 줄이 무서워서일 뿐입니다. 그건 자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홉 명도 똑같이 무서워했고, 떨면서 적었습니다.

다만 이 자료의 정체를 정직하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이건 책이 아닙니다. 2.2만 명을 가르친 강의팀이 "떡상은 운이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결과"임을 증명해, 자기들 유료 강의로 사람을 데려오려고 만든 사례집이자 입구입니다. 그래서 "왜 좁히면 터지는가"의 원리나, 막상 내 채널을 어떻게 좁힐지에 대한 깊은 처방은 일부러 비어 있습니다. 그 답은 강의로 넘깁니다. 아홉 명의 성공담만 읽고 "나도 되겠다"는 기분에 취하면, 정작 자기 좁히기는 한 줄도 못 적은 채 끝납니다. 이건 교과서가 아니라, 잘 만든 자기소개 같은 자료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입구라는 점이, 오히려 원장님께 가장 쓸모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아홉 명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쟤도 했네, 나도 해볼까" 싶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화려한 업적이 아니라, 떨면서 한 줄을 적은 사람들입니다. 이 자료를 덮고 저는 제 채널 소개를 다시 적었습니다. 모든 원장님 말고, "혼자서 학원을 키우며 자기가 누구인지 한 줄로 못 적어 막힌 원장님"을 위한 채널이라고. 적고 나니 무서웠고, 동시에 처음으로 도망갈 데가 없어진 게 후련했습니다.

원장님도 오늘 학원 안내문에서 강점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를 한번 지워보시면 어떨까요. 지우는 손이 떨린다면, 그게 바로 아홉 명이 떡상 직전에 느낀 그 떨림입니다.


잘되는 곳의 비밀 2024 ver.2
오콘목달 팀 (오은환) 엮음
오콘목달 · 2024

"좁히는 게 무서운 건 손님이 줄어서가 아니라, 그제야 내가 누구인지 적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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