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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독서노트2026.06.169분 읽기

비용으로 적힌 것을 아끼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한 회사가 10년 동안 매출을 7.5배로 키웠습니다. 104억에서 777억. 같은 기간 한국 GDP는 오히려 줄었고, 그 회사가 속한 시장은 2배도 못 컸습니다. 공학 소프트웨어라는 좁은 바닥에서 시장점유율 54퍼센트, 매출 규모 1위. 마이다스아이티라는 회사의 숫자입니다.

여기까지면 그냥 잘나가는 IT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가 멈춘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신입을 뽑을 때 스펙을 안 봅니다. 정원도 없습니다. 개인 성과급도 없습니다. 자동 승진에 사실상 종신 고용입니다. 제가 아는 모든 경영서가 "성과를 내려면 사람을 평가하고, 줄 세우고, 잘하는 사람에게 더 줘라"고 말하는데, 이 회사는 그 반대로 하고 7.5배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자료를 채용 매뉴얼을 찾다가 집었습니다. 학원에서 강사를 뽑고 또 떠나보내는 일을 15년 했습니다. 좋은 사람을 어떻게 가려내느냐, 그 기술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 제 질문 자체가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자료는 "어떻게 가려낼까"에 답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무엇으로 보느냐"**를 묻습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이걸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라고 부릅니다. 거창한 말이지만 뼈대는 단순합니다. 인간을 뇌과학과 생물학으로 이해한 다음, 그 이해를 채용·임금·평가·보상이라는 실제 제도로 그대로 옮긴다는 것입니다. 자료의 절반은 뇌의 4개 층(본능·감정·이성·도덕)을 셀리그만, 매슬로, 공자까지 끌어다 매핑하는 화려한 도식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은 학술적으로 검증된 통섭이라기보다 회사가 자기 사상을 정당화하려 빌려온 틀에 가깝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절반은 걸렀습니다.

진짜는 57쪽 한 장에 있었습니다. 사상을 인사제도로 바꾼 일람표입니다. 거기서 한 줄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개인성과급(X), 수당(X), 집단 성과금만. 그리고 직급과 직책을 분리해 책임은 종신으로 가져간다는 대목.

여기서 이 자료가 흔한 '사람 중심 경영' 구호와 갈라집니다. 대부분의 책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한 뒤, 정작 제도는 손대지 않습니다. 좋은 말 다 해놓고 평가표는 여전히 줄 세우기입니다. 이 자료는 말이 아니라 장부를 바꿉니다. 사람을 비용 항목이 아니라 자산으로 적으면, 평가와 보상 칸이 통째로 달라진다는 걸 표 한 장으로 보여줍니다. 작가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사상이 아니라 이 한 장이었다고, 저는 읽었습니다. 나머지 60장은 이 한 장을 설득하기 위한 빌드업이었습니다.

원장님, 여기서 어깨가 무거워지실 겁니다. 우리는 매달 강사 인건비를 '나가는 돈'으로 적습니다. 손익계산서에서 인건비는 비용 칸에 있습니다. 그게 회계의 약속이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적는 순간, 우리 머릿속에서 강사는 줄여야 할 무엇이 됩니다. 한 명이 그만두면 '인건비가 줄었다'고 안도하는 자신을 발견한 적 없으십니까. 그건 원장님이 모진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장부가 그렇게 적게 만들어져 있어서입니다. 비용으로 적힌 것을 아끼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본 가장 정확한 장면이 있습니다. 강사 한 명이 나갈 때 진짜로 새는 건 그 사람의 월급이 아닙니다. 그 강사를 3년간 따랐던 학생들의 신뢰, "선생님 바뀌었어요?"라는 학부모의 흔들림, 그리고 남은 강사들이 속으로 '나도 언제까지일까' 계산하기 시작하는 그 공기입니다. 이건 비용 칸 어디에도 안 잡힙니다. 잡히지 않으니 우리는 그게 새는 줄도 모릅니다. 마이다스가 개인 성과급을 없애고 종신 책임을 택한 건 착해서가 아니라, 이 보이지 않는 누수를 막는 게 성과급 몇 푼보다 남는 장사라는 걸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자료가 원장에게 선물하는 건 채용 기술이 아닙니다. 사업을 보는 각도입니다. 강사를 '이번 달 비용'으로 볼 것이냐, '몇 년에 걸쳐 학생과 신뢰를 쌓아가는 자산'으로 볼 것이냐. 이 한 줄을 바꾸면 면접에서 묻는 질문이 달라지고, 그만둘 때 잡는 방식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매달 인건비를 적는 원장님 자신의 마음이 달라집니다.

이 자료에는 욕망 스펙트럼이라는 또 다른 틀도 있습니다. 팔로워는 급여를 보고, 리더는 소통을 보고, 경영자는 육성을 본다는. 강사마다 지금 어느 칸에 서 있는지 가늠하게 해주는 도구인데, 이건 각자 자기 학원에서 직원 얼굴을 떠올리며 읽으면 보입니다. 여기서 다 풀면 재미가 없습니다.

자료의 맨 끝, 사상도 도식도 다 지나간 자리에 서산대사의 시 한 줄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훗날 뒷사람의 길이 되리라." 이 회사가 7.5배라는 숫자 뒤에 결국 두고 싶었던 말은 그것이었습니다. 사람은 성과로 기억되지 않습니다. 함께 걸은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저는 이 한 장짜리 표를 보고, 우리 학원 강사 명단을 비용 항목에서 지웠습니다. 회계 장부 말고, 제 머릿속 장부에서요. 그러고 나서 가장 오래 함께한 강사에게 그날 처음으로, 용건 없이 안부 문자를 보냈습니다. 답장이 왔습니다. 그 답장을 받고서야, 제가 그동안 이 사람을 '얼마'로만 적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람이 답이다 - 마이다스아이티 자연주의 인본경영 / Humanistic Ideology of Naturalism / 마이다스아이티 자인경영연구소 / 2014